김선욱·선우예권·경기필…세종문화회관에 울려 퍼진 '만 원의 행복'

2026 '누구나 클래식' 신년음악회 리뷰
문턱 낮춘 클래식에 쏟아진 '브라보'

'누구나 클래식' 첫 무대에서 연주 중인 선우예권(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교향곡의 한 획을 그은 베토벤의 '운명'은 1808년 12월 22일 오스트리아 빈 극장에서 초연했습니다. 첫 공연은 성공이었을까요, 실패였을까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2만 유튜버' 김지윤 정치학 박사가 해설자로 무대에 올라, 베토벤 교향곡 5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공연은 2026 '누구나 클래식'의 첫 무대. 지휘자 김선욱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주인공으로 나섰다.

'누구나 클래식'은 서울 시민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보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관람객이 최소 1000원부터 1만 원까지 직접 티켓값을 정하는 '관람료 선택제'로 운영된다. 2024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까지 총 15회 공연을 통해 3만 5000여 명의 관객을 세종문화회관으로 불러 모았다.

공연의 포문을 연 작품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c단조(Op. 18)'였다. 이 곡에 얽힌 사연은 널리 알려져 있다. 1897년 발표한 첫 교향곡이 혹평 속에 참담한 실패를 거두자, 라흐마니노프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후 그는 신경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를 만나 꾸준히 상담 치료를 받았고, 전적인 격려와 지지 덕분에 다시 작곡할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좌절을 딛고 완성된 작품이 바로 이 협주곡이다.

협연 중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세종문화회관 제공)

선우예권은 깊은 고뇌에서 출발해 환희에 이르는 이 작품의 감정 스펙트럼을 유려한 연주로 풀어냈다. 국내에서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선보여 왔지만, 적잖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선우예권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을 특히 애정하는 이유를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무대였다.

공연의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c단조(Op. 67)였다. "빠바바 밤" 하며 강렬하게 선전포고하듯 시작하는 이 곡은 베토벤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곡으로 꼽힌다. 1808년 빈 극장에서 열린 초연 당시에는 열악한 공연 환경과 연주 여건 속에서 혹평받았지만, 이듬해부터 점차 인기를 얻기 시작해 2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교향곡으로 자리 잡았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김선욱의 지휘 아래 시련과 평온, 열정과 환희로 이어지는 네 개의 악장을 명확한 대비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약 30분간의 연주가 끝나자, 객석에서는 '브라보'와 함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경기필하모닉은 레스피기가 편곡한 바흐의 '세 개의 코랄 전주곡(P167) 3번'을 앙코르곡으로 선보이며 화답했다.

지휘자 김선욱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세종문화회관 제공)

관객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40대 여성 관객은 "신년 음악회답게 곡 선정이 매우 좋았다"며 "연주도 인상적이었지만 김선욱의 열정적인 지휘가 인상 깊었다"고 했다. 또 다른 30대 여성은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티켓값이 비싸 선뜻 보기 어려운데, 부담 없는 가격으로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누구나 클래식'은 앞으로 총 8회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국내 유수의 국공립 교향악단과 국제무대에서 활약 중인 연주들이 참여한다. 2·3월에는 공연이 없고, 오는 4월 14일 지휘자 정민과 강릉시립교향악단, 첼리스트 문태국이 무대에 오른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