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꽃다발' 사상 최고 94억 낙찰…韓 미술경매시장, 고가 인기 속 반등 조짐
필립스옥션, 낙찰 총액 989억
대형 경매사와 고가 작품 중심의 구조적 한계도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글로벌 미술 시장이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며 회복세를 입증하는 가운데, 한국 미술시장 역시 주요 거장들의 고가 작품 거래에 힘입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이브닝 세일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전면점화 '19-VI-71 #206'이 840만 달러(약 123억16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는 2019년 132억 원에 팔린 김환 '우주'에 이은 한국 현대 미술품 경매 역사상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다. 또한 21일에는 필립스옥션이 뉴욕 근현대 미술 경매에서 총액 989억 원(약 6730만 달러), 낙찰률 94%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이같은 결과는 희귀성과 역사적 가치를 중시하는 컬렉터들의 취향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시장의 확고한 강세도 확인시켜줬다.
한국 미술시장도 고가 거래를 중심으로 회복 신호를 보냈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KAAAI, 카이)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한국 미술시장의 낙찰 총액(수수료 미포함)은 전년 동기 대비 32.0% 증가한 313억 4968만 원을 기록했다. 총 경매 횟수는 줄었으나, 케이옥션, 서울옥션 등 대형 경매사를 중심으로 고가 작품 거래가 집중되면서 평균 낙찰가가 상승했다.
특히 이중섭, 박수근 등 한국 거장들의 작품이 시장 반등을 이끌었다. 이중섭의 '소와 아동'이 35억 2000만 원에 최고가 낙찰됐고, 야요이 쿠사마의 '펌킨'(Pumpkin)이 29억 원, 박수근의 '산'이 12억 원에 각각 거래됐다.
주요 경매사별 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케이옥션은 59.5% 성장한 163억 7027만 원, 서울옥션은 23.7% 상승한 105억 3885만 원의 낙찰 총액을 각각 달성하며 시장을 견인했다. 이는 고가 작품이 시장 심리 회복의 신호탄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25일 서울옥션 경매에서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20세기 거장 마르크 샤갈의 유화 '꽃다발'(Bouquet de Fleurs)이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인 94억 원에 낙찰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경매는 낙찰 총액 약 233억 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국내 단일 경매에서 낙찰 총액이 200억 원을 넘어선 것은 2021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샤갈 외에도 김환기의 뉴욕 시기 작품 '15-VI-69 #71 I'(7억 원),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9억 1000만 원) 등 국내 대표 거장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팔리며 K-아트의 위상을 확인시켰다. 앤디 워홀의 '달러 사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컴퓨터 드로잉 작품 등 해외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국내외 컬렉터들의 폭넓은 관심을 받았다.
서울옥션 정태희 경매사는 샤갈 작품의 고가 낙찰에 대해 "한국 미술시장이 글로벌 아트 마켓의 주요 거점으로서 충분한 기초 체력과 안목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한 결과"라며 "서울이 아시아 미술 시장의 허브로서 하이엔드 마켓 소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미술시장의 반등은 대형 경매사와 고가 작품 중심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지는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이 측은 중소 경매사 및 고미술 시장의 침체가 가속화되며 온라인 경매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졌다고 지적했다.
카이 측은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단기 실적 반등을 넘어 미술품 조각 투자 등 신시장 성장, 저평가 틈새작 발굴 및 시장 구조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기적 신뢰와 투명성, 예술 본질 가치 강화, 시장 구조 혁신이 병행될 때 한국 미술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세계적 위상 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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