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정의신 연출 "작가라면 희망을 써야 한다"

6일 재일 한국인 정의신 연출 라운드 인터뷰
공연,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서 오는 14~23일

정의신 연출 2025.11.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은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럴 때 떠오르는 단어가 '희망'이에요. 작가라면 결국 희망에 관해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재일교포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68)은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용길이네 곱창집'을 통해 재일 한국인 문제를 비극적이거나 비판적으로 그리기보다 따뜻하게 풀어낸 이유를 설명했다.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다.

작품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을 배경으로, 전쟁 때문에 한쪽 팔과 아내를 잃은 용길이 곱창집을 운영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재일 한국인 이야기를 그린다. 곱창집은 용길의 용(龍)을 따서 '야끼니꾸 드래곤'이라 불린다. 고단한 현실과 차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국립극장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양국이 공동제작해 초연됐다. 2011년 재공연에 이어 14년 만에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정의신 연출은 공연 소감에 대해 "한국 무대에 다시 올릴 수 있어 영광"이라며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극 중 아버지의 대사는 실제로 제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을 옮긴 것이 많다, 한국으로 돌아가려 짐을 다 쌌지만 감기에 걸려 배를 타지 못했고, 그 배가 침몰했던 일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했다.

연극 '야끼니꾸 드래곤' 공연 사진(예술의전당 제공)
"야끼니꾸, 가난한 사람들·재일한국인 상징"

'야끼니꾸'는 일본어로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한다. 이 음식에 담긴 의미에 대해 정 연출은 "일본인들이 야끼니꾸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작품의 배경인 1970년대 당시 곱창은 가난한 노동자와 재일교포들이 많이 먹었다"며 "야끼니꾸는 가난한 사람들과 재일한국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2008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한국연극협회 '2008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됐으며, 일본에서도 '아사히 무대예술상 대상', '요미우리연극대상 대상' 등을 받으며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에 쏟아진 호평에 대해 정 연출은 "연배가 있는 관객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는 가족 붕괴가 심화한 지금의 현실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일교포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미국 사회에 (작품을) 갖다 놓아도 이민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친근감이 느껴질 것"이라며 "제가 쓴 작품이 멀리 퍼져 사랑받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의신 연출 2025.11.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작은 친절과 응원이 우리를 살게 해요"

'야끼니꾸 드래곤'을 비롯해 '파마야 스미레' 등 작품에서 결핍된 인물을 자주 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결핍이 많은 사람이어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인생은 희극과 비극이라는 두 개의 레일 위를 달리다가, 어느 순간 그 레일이 뒤집히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삶의 현실을 작품 속에 녹여내려 노력한다"고 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살다 보면 사는 게 싫어지는 순간이 있어요. 그럼에도 또 어느 순간 '그래도 살아볼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건 누군가의 작은 친절이나 응원의 말 한마디 덕분일 때가 많아요. 저는 그런 '작은 응원'과 '위로'가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 무대에서 한국 배우진으로는 아버지 '용길' 역에 이영석, 어머니 '영순' 역에 고수희, 셋째 딸 '미카' 역에 정수연 등이 발탁됐다. 일본 출연진으로는 국민배우 치바 테츠야가 '테츠오' 역을 맡고, 첫째 딸 '시즈카' 역은 재일한국인 3세 배우 지순 등이 출연한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이 일본 신국립극장과 공동으로 기획·제작한 '야끼니꾸 드래곤'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야끼니꾸 드래곤' 포스터(예술의전당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