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펼치는 韓 비디오 아트의 진수"…박현기 '패스 스루 더 시티'전

故 박현기 작가의 영상 3점·사진 작업 24점 소개
갤러리현대 뉴욕 프로젝트 스페이스 6일~12월 27일

박현기 'Pass Through the City' 전시 전경 이미지, 갤러리현대, 뉴욕, 2025_2 (갤러리현대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갤러리현대 뉴욕 프로젝트 스페이스는 6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국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박현기(1942-2000)의 개인전 '패스 스루 더 시티'(Pass Through the City)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고한 박현기 작가가 1981년 대구 맥향화랑에서 선보였던 대표적 퍼포먼스 '도심지를 지나며'(1981)의 영상 3점과 사진 작업 24점을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현대 비디오 아트의 계보와 한국 근현대미술의 복합적인 관계를 조명하고 현재의 우리를 비춰보는 자리다.

박현기는 비디오, 설치, 판화, 회화, 드로잉, 퍼포먼스 등 전방위적인 매체 실험을 통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특히 유년기 피난길에서 받은 인상으로 평생 '돌'이라는 재료를 즐겨 사용했다. 이를 통해 자연과 가상 환경, 파운드 오브제와 인공 물질 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며 한국 고유의 미학과 철학적 정신을 찾고자 했다.

그의 작업은 서양 전통 예술의 영속성과 수동적 관조라는 전제에 질문을 던지는 도전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번 뉴욕 전시는 '도심지를 지나며'를 또 다른 도시인 뉴욕 도심으로 이식하며, 비디오 아트의 대안적 계보를 제시하고자 한다.

박현기_도심을 지나며_8mm_03 (갤러리현대 제공)

이번 전시의 구심점인 '도심지를 지나며'는 설치, 퍼포먼스, 비디오를 아우르는 박현기의 멀티미디어 작업이 야외 도시와 자연으로 확장된 중요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원작은 16m 트레일러가 대형 인공 돌을 싣고 대구 시내를 40분간 횡단하는 대형 퍼포먼스였다.

특히 핵심인 '작품 B'는 합성수지 인공 돌에 거울을 부착하고 트레일러에 실어 도시를 횡단했는데, 이 과정이 영상 두 개와 사진 200장으로 기록됐다. 뉴욕 전시는 이 중 영상과 24점의 사진을 선보인다.

박현기는 백남준의 작업을 보고 비디오 아트를 시작했지만, 비디오 신디사이저의 기술적 난해함에 회의를 느끼고 서구식 교육을 비판하고자 포스트-테크놀로지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비디오를 단순히 움직이는 영상이 아닌, 모니터까지 '빛을 발하는 오브제'로 바라보고 그것이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존재하는 양상을 탐구했다.

박현기의 작품들은 뉴욕 현대미술관,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유수 기관에 소장돼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