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판, 이탤릭체…'출판계 미켈란젤로' 알도 마누치오 국내 최초 전시(종합)

'천천히 서둘러라: 알도 마누치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출판인'展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전시실, 오는 28일~2026년 1월 25일

이정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학예연구사 2025.10.24/뉴스1 ⓒ News1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15세기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뒤 책이 어떻게 대중화됐는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중심에 알도 마누치오(Aldo Manuzio, 1449/1452~1515)가 있죠. 이 '출판계 혁신가'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어요."

이정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특별전 '천천히 서둘러라: 알도 마누치오, 세상을 바꾼 위대한 출판인'을 기획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알도 마누치오를 조명하는 전시는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출판계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알도 마누치오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출판인이자 인문주의자다. 베네치아에 알디네(Aldine) 인쇄소를 세우고, 고전 문헌과 당대 저작을 완성도 높은 출판으로 선보이며 근대 출판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특히 휴대할 수 있는 작은 판형인 옥타보(8절판)를 도입하고, 세계 최초로 기울어진 글자체인 이탤릭체(Italic) 활자를 인쇄해 유행시켰으며, 세미콜론(;), 어퍼스트로피(’), 쪽 번호 등을 도입해 출판 형식을 혁신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맞아 '한국-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마련된 자리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이탈리아 로마 국립중앙도서관과 베네치아 국립마르차나도서관 등과 협력했다.

'폴리필로의 꿈'(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전시 제목을 '천천히 서둘러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이정연 학예연구사는 "알도 마누치오가 세운 알디네 출판사의 사훈"이라며 "이 출판사의 로고는 돌고래와 닻 문양으로 이뤄졌는데 '닻'은 신중함을, '돌고래'는 '빠름'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르고 신중한 자세'로 출판업에 임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르네상스의 물길을 열다'에서는 알도 마누치오가 활동했던 시대 배경과 그의 주변인들을 소개하고, 2부 '알도 마누치오, 인쇄 혁신을 이끌다'에선 책의 대중화를 이끈 그의 영향력을 집중 조명한다. 3부 '알디네 Aldine를 남기다'에서는 알디네 인쇄소의 영향력과 마누치오 가문의 인쇄·출판 유산을 다룬다.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의 가장 경건한 편지'(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이정연 연구사는 총 53점의 전시품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대표작으로 '폴리필로의 꿈'(1499),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의 가장 경건한 편지'(1500), '베르길리우스 전집'(1501)을 꼽았다.

"'폴리필로의 꿈'은 르네상스 시대 가장 아름다운 삽화서로 평가받는 걸작이에요.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의 가장 경건한 편지'는 필기체 활자가 최초로 등장한 서적이고, '베르길리우스 전집'은 세계 최초로 전체를 필기체 활자로 인쇄하고,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8절 판형으로 제작된 책입니다."

이 연구사는 전시의 의의에 대해 "이번 전시는 '종이책은 500년 뒤에도 여전히 유효할까?'라는 질문을 던질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종이책의 역사와 그 영향력을 돌아보며, 책의 미래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찾아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특별전은 오는 28일부터 내년 1월 25일까지 90일간 인천 연수구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특별전 포스터(국립세계문자박물관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