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사라지는 것들의 존재감을 느끼다"…신건우 '테더' 전
'갤러리2'에서 11월 1일까지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신건우 작가의 개인전 '테더'(Tether, 사슬)가 존재와 인식의 근원적인 간극을 탐구하는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2에서 11월 1일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작가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개념인 '식(蝕)'은 (벌레 등이) '좀먹다'는 의미다. 단순히 사라짐이 아니라, 익숙한 질서가 무너진 틈에서 경험되는 '인식 이전의 층위'를 가리킨다. 전시는 이 '식'을 방법론적 장치로 삼아 세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간극을 시각화한다.
초기 작업에서 조각의 '물리적 결여'로 '식'을 표현했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영화 스틸, 인터넷 이미지 등 출처가 뒤섞인 파편적 이미지들의 병치를 통해 회화적 차원으로 개념을 확장한다. 이는 우리의 삶을 닮은 산발성과 불확실성이라는 '느슨한 질서'를 구축한다.
전시 제목 '테더'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상태'를 뜻하며, 이러한 불안정한 연결 속에서 '식'이 감지되는 모순적인 구조를 은유하는 핵심 키워드다.
작품 '록, 시저스, 폭스'(Rock, scissors, fox)는 '가위바위보' 규칙이 깨지는 순간 낯선 형상이 튀어나오는 모습을 통해, 규범의 붕괴가 인식의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식'의 발동을 보여준다.
'캐러퍼스'(Carapace, 껍질)', '루프'(loop, 고리) 연작은 주체와 세계의 경계에 균열을 낸다. 또한 '고스트 쇼어'(ghost shore, 유령 해변), '바젤'(Basel)은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흐릿하게 불러낸다.
신건우의 회화는 붙잡히지 않고 경계를 오가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관객은 이 파편적 연결 속에서 '식'이라는 인식론적 축을 통해 '알 수 없는 통일감'을 감지하게 된다. '테더'는 불확정성 속에서 세계를 다시, 불안정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사유를 던진다.
신건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학부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또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슬레이드 예술학교, 대학원을 마쳤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고,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호반문화재단 등에 소장돼 있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