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라는 여정의 시작"…'스튜디오 작업의 준비'展

누크갤러리 6~28일

'스튜디오(Studios) 작업의 준비'전(누크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누크갤러리는 6일부터 28일까지 '스튜디오(Studios) 작업의 준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스승과 제자들의 전시로, 2025년 제9회를 맞이한다. 정주영 작가를 비롯해 곽희지, 박원근, 심경아, 윤영빈, 이다영, 최지아 등 6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각자의 개성과 사유를 담은 다채로운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작업의 준비'라는 보이지 않는 사건은 스튜디오에서 시작된다. 스튜디오는 개인의 사적인 작업실이자, 창작의 과정을 배우는 학교 수업의 명칭이다. 이 두 가지 의미를 매개하는 전시 제목은 작업이 바깥으로 향하는 과정을 함의하는 동시에, 롤랑 바르트의 저서 '소설의 준비'에서 영감을 받았다. '소설의 준비'는 바르트의 유작이 된 소설 '새로운 삶'의 뼈대를 이루는 내용으로, 그는 '미로의 은유' 세미나에서 미로에 대해 논한다.

정주영, <M50, Oil on linen, 100 × 115 cm, 2023>(누크갤러리 제공)

바르트에게 미로는 시작과 끝이 모호하게 뒤섞인 길이며, 의도적으로 설계된 인공적인 공간이자, 출구를 갈망하는 신경증적 장소, 혹은 중심이 부재한 여정이다. 이는 우리가 선택을 반복하며 길을 찾아야 하는 삶의 구조와 닮아 있다. 습작과 완성, 수행과 실패를 반복하며 몰입의 시간을 보내는 스튜디오는 삶과 맞닿아있는 작업 과정을 탐구하는 장소다.

전시는 회화의 재료와 기법에 대한 오래된 기술서부터 대중문화의 출현으로 변화한 미술의 흐름과 비평적 담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조를 통해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와 고민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작업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곽희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I> Medium, colored pencil on wood panel, 110 × 50 cm, 2025 / 박원근, Oil on canvas, 34.8 × 27.3 cm, 2025 / 심경아, <밤의 부딪힘> Oil on linen, 73 × 117 cm, 2025(누크갤러리 제공)
왼쪽부터 윤영빈, Acrylic on canvas, 22 × 27.3 cm, 2025 / 이다영, 4 Channel audio and light installation, dimension variable, 2024 / 최지아, <Home, Sweet, …home> Oil on linen, 145 × 97 cm, 2025(누크갤러리 제공)

곽희지는 얇은 조각을 캐스팅하여 회화의 재료로 사용하며 사라진 대상을 매개하는 이미지 제작 방법을 연구한다.

박원근은 소중한 가치와 존재를 향한 정서적 거리감을 조율하며 소설의 문장과 정원을 해석하는 여정을 회화로 남겼다.

심경아는 밤이라는 시간의 유한한 정서에 주목하며 일상의 감정 순간을 포착하여 회화로 그린다.

윤영빈은 주변 사물과 이미지의 문법을 참조하고 흉내 내며 복수 이미지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다영은 사운드, 디지털 이미지, AI 기술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번역의 불가능성과 오역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최지아는 자아와 트라우마에 관심을 갖고 현실과 판타지의 관계를 통해 구상 회화의 대안적 성격을 고민한다.

정주영은 풍경에 관한 인식론적 이해를 바탕으로 감각과 재현 사이에서 회화적 모델로서의 풍경을 고찰한다.

이번 전시는 7명의 작가가 각자의 미로 속에서 찾아낸 회화의 해답을 공유하며, 관람객들에게도 함께 사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