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지하철 미술은 가라…"죽은 공간 살리려 노력"
녹사평역 공간에 스며드는 6개 작품 설치
- 여태경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이용객에 비해 거대한 규모로 지어져 휑했던 서울 녹사평역이 밝아졌다.
지하 1~5층의 총 6000㎡ 규모로의 녹사평역은 건설 당시 서울시청 이전계획에 따라 환승역으로 계획돼 다른 지하철역보다 크게 지어졌지만 시청 이전계획이 무산되면서 방치된 공간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역사 내 죽어 있던 공간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총괄한 안규철 서울시 공공미술위원장은 14일 "역사 내 방치된 빈 공간을 끄집어내서 시민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고 죽어있던 공간을 살려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 여기 있소' 하는 작품을 들여오지 않고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작품을 선정했다"며 "이 프로젝트는 통해 뻔한 지하철 미술 말고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9월 시작된 '녹사평역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는 국내외 작가 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국제 지명공모 등을 통해 선정됐다.
지하철역 중정에는 일본 작가 유리나루세, 준이노쿠마의 '빛의 댄스'(Dance of Light)가 설치됐다. 돔형의 유리천장에서 지하 4층까지 그물 모양의 '익스팬디드 메탈'(expanded metal)로 얇은 커튼을 쳐 시시각각 변하는 태양빛을 전달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 4층 대합실에서는 남산의 소나무 숲길을 걷는 것처럼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김아연의 작품 '숲 갤러리'로 작가는 남산 소나무 숲을 실측해 수집한 자료로 숲의 변화를 재현했다.
'숲 갤러리' 옆 천장에는 알루미늄 선을 이용해 코바늘뜨기로 5개월에 걸쳐 완성한 '녹사평 여기…'를 설치했다. 조소희 작가는 139장의 뜨개질 작품으로 녹색식물이 모여 사는 풍경을 구현했다.
139장의 뜨개질 작품 아래 벽면에는 정희우 작가가 용산기지를 에워쌌던 담벼락에 남은 흔적과 6.25 전쟁의 총탄 흔적이 남은 용산공원의 벽 등을 탁본한 '담의 시간들' 걸렸다.
이밖에도 지하 3층 스크린과 지하 4층 연결통로에서는 정진수의 영상작품 '흐름'을, 지하 5층 플랫폼에서는 광고판 대신 김원진의 '깊이의 동굴-순간의 연대기'를 감상할 수 있다.
낡고 방치돼 도심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공공미술작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에 설치된 작품들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작품마다 설치기한을 정했다.
프로젝트 기획은 맡은 이재준 건축가는 "작품의 생애주기에 따라 1년에서 5년 기한으로 작품을 설치하고 이후 시민들 반응 등을 반영해 계속 설치할지 작가들과 상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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