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오디지 모비우스, 헤드폰의 사기극을 고발하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최근 미국 오디지(Audeze)의 헤드폰 '모비우스'(Mobius)를 구매했다. 하이엔드 평판형 헤드폰으로 유명한 오디지가 만든 게임용 헤드셋이다. 게임은 전혀 안하는 필자가 왜 이 마이크까지 달린 헤드폰을 샀을까. 그것은 지금까지 써온 헤드폰이 수십년 동안 자행해온 사기극을 너무나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헤드폰이나 이어폰은 거의 누구나 사용하는 물건이다. 양쪽 귀에 걸치거나 꽂으면 좌우채널에서 소리가 나와 스테레오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는 양쪽 귀로 받아들인 신호의 미세한 차이로 공간감을 확보하는 인간의 청각 인식 메커니즘을 흉내낸 것이다. 우리 귀는 한쪽에서 0.001초만 늦게 소리가 들려도 이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챈다.
예를 들어 요즘 차트 1위곡인 아이유의 '삐삐'를 헤드폰으로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뒤통수 한가운데에서 아이유가 노래 부르는 모습이 실감난다. 그러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보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유는 계속해서 내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왼쪽에서 들렸던 악기는 계속해서 왼쪽에서 들린다.
당연한 얘기를 왜 하냐고?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만약 아이유 단독 콘서트에 가서 '삐삐'를 듣다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아이유는 여전히 내 앞에서, 악기는 계속해서 왼쪽에서 들릴까. 아니다. 아이유도 악기도 오른쪽에서 들려야 정상이다. 이게 진짜 현실이고, 이게 우리 귀가 받아들이는 진짜 3D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 헤드폰이 바로 '모비우스'였다. 지금 이 원고를 쓰면서 '삐삐'를 듣다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아이유가 오른쪽에서 노래를 부른다. 왼쪽 귀에서는 거의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이번에는 아이유가 왼쪽에서 노래한다. 고개를 숙이면 위에서, 고개를 위로 들면 아래에서 노래를 부른다. 이 당연한 공간감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기존 헤드폰은 우리의 감각을 속여왔던 것이다.
'모비우스'가 이처럼 현실에 보다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 것은 '헤드 트래킹'(Head Tracking)이라는 첨단 소프트웨어 덕분. 이는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이스라엘의 웨이브즈 오디오(Waves Audio)가 개발한 3D 음향기술 중 하나로, 오디지는 '모비우스'를 개발하며 이 웨이브즈 오디오와 협업했다.
'헤드 트래킹' 기술은 헤드폰에 내장된 센서가 머리의 움직임을 1초에 1000번씩 스캔해서 이를 리얼타임으로 헤드폰에 내장된 DSP(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에 전송한다. 공간상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 3축, 방향성을 감지하는 지자기 센서 3축, 총 6축의 센서가 실시간으로 머리 움직임을 추적한다고 한다.
'모비우스'로 여러 음악을 듣고 있는 중이다. 모든 노래가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말러 교향곡 2번'은 필자가 아무리 고개를 이쪽저쪽 돌려도 여전히 같은 자리, 그러니까 처음 헤드폰을 켜서('모비우스'는 DSP와 앰프가 들어있기 때문에 내장 배터리로 구동된다) 들었던 그 자리에 있다. 그야말로 진짜 현장에 와있는 것 같다. '모비우스'를 집 아이들에게 들려줬을 때 첫 반응도 "소리가 계속 같은 자리에 있어!"였다.
만약 머리를 가만히 두면? 예를 들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시청할 때처럼 머리가 고정된 상태라면 '모비우스'는 일반 헤드폰과 똑같은 것 아닐까. 하지만 이 경우에도 '모비우스'는 신천지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에 있는 '한스 짐머 : 라이브 인 프라하' 영상을 정말이지 넋놓고 보고 들었다. 한마디로 홀로그래픽한 3D 사운드가 머리 둘레에서 2시간 내내 펼쳐졌다.
이는 '모비우스'가 가상 7.1채널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소리 위치 인식'(Sound Localization)이라는 3D 음향기술을 활용, 한 음원이 두 귀게 도달하는 시간차(ITD)와 음압레벨차(ILD)를 복제해 헤드폰 드라이브상에 사운드를 정확하게 배치한 것이다. 사실 이 '소리 위치 인식' 기술이야말로 '모비우스'가 게이머들에게 인기가 높은 결정적 이유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즐겨 하는 막내 딸에게 이 헤드폰을 씌워줬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필자는 요 며칠 '모비우스'를 접하며 새로운 헤드폰의 세계가 이미 활짝 열렸음을 실감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키아누 리브스)가 자신이 사는 진짜 현실의 세상을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헤드폰 하나 때문에 필자는 지금까지 애써 모른 척 해왔던 3D 서라운드나 멀티채널 음향/영상 컨텐츠에까지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 헤드폰이 들려준 그 거짓투성이 사운드의 실체를 알려준 점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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