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편의 오디오파일] 오디오 갖고놀기 : 차폐&다운 트랜스

(서울=뉴스1)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 최근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집에서 쓰던 멀티탭을 빼고 차폐트랜스를 도입한 것이다. 차폐트랜스는 '차폐'라는 말 그대로 각종 전원 노이즈를 차폐시키는 전원장치(트랜스포머)다. 그런데 이번에 들인 차폐트랜스는 '다운' 트랜스 기능까지 갖췄다. 따라서 220V 전원을 117V와 110V로 떨어뜨려 오디오 기기에 AC 전원을 공급해줄 수 있다. 예전 1970년대만 해도 110V와 220V 기기가 혼용되는 바람에 각 가정에는 거의 모두 이 '강압 도란스'가 있었다.
뜬금없이 차폐&다운 트랜스를 거금을 주고 중고 구매한 사연은 이렇다. 올 초 미국 파워앰프를 해외직구로 들인 것이 사단이었다. 쉬트오디오(Schiit Audio)의 '바이달'(Vidar)이라는 파워앰프인데, 8옴에서 100W, 4옴에서 200W를 내는 출력이 마음에 들어 제작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매를 한 것이었다. 문제는 '미제' 앰프라서 입력전원이 117V라는 것.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 앰프를 쓰려면 220V를 117V로 떨어뜨려 공급해줄 수 있는 '다운 트랜스'가 필요했다.
그래서 역시 인터넷으로 국내 모 제작사의 다운 트랜스와 117V 전용 파워케이블을 구매했다. 급한 마음에 전원을 꽂으니, 아뿔싸, 다운트랜스의 소음이 생각 이상으로 컸다. 신경이 쓰여서 방에 놓을 수 없을 정도. 안에 들어가있는 트랜스포머가 몹시 떠는 것이었다. 결국 캠핑용 10m짜리 파워케이블을 연결해 베란다로 내보내고, 다시 5m짜리 파워케이블이 딸린 소형 117V 전용 멀티탭을 방으로 들여오는 구차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더 큰 문제는 '바이달' 파워앰프까지 소음이 크다는 것이었다. 내부를 열어보니 역시 앞쪽에 설치된 트랜스포머에서 나는 소음이었다. 오디오 기기에는 이같은 트랜스포머가 있어서 각 파트에 필요한 전원을 승압하거나 강압해주는데, 바이달의 경우 이 트랜스에서 험(hum)이라는 잡소리가 났다. 그나마 음악을 틀면 참을 만했지만, 그래도 오디오 기기에서 쓸데없는 노이즈가 발생한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해서 올해 그 뜨거웠던 여름을 노이즈와 함께 보냈다. 바이달 앰프를 구매한 이유가 진공관 파워앰프의 뜨거운 열과 비싼 전기세를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정작 생각하지도 못했던 트랜스 험을 만나 악전고투를 한 셈이다. 결국 9월 선선한 바람이 불자마자 다시 진공관 파워앰프를 틀었다. 정말 조용하디 조용한 배경음에 비로소 음악을 들을 만했다.
하지만 이대로 애써 구입한 미제 앰프를 묵힐 수는 없는 법. 처음에는 다운트랜스의 트랜스포머 부분을 에폭시로 함침시켜볼까도 싶었지만, 그 험난한 과정과 생각 이상의 고비용 때문에 포기. 결국 선택한 것이 이번 차폐&다운 트랜스였다. 이미 일찌감치 단종된 제품인데 220V 소켓이 6개, 117V 소켓이 2개, 110V 소켓이 2개나 있었다. 각 가정의 입력전압에 맞춰 스위칭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무게는 무려 32kg.
전원을 넣어봤다. 칠흑같은 배경이었다. 귀를 바싹 갖다대도 정말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전원을 넣었나 싶을 정도였다. 전면 표시창의 바늘이 230V를 가리키길래 스위치를 돌려 220V로 맞췄다. 인터넷에 있는 매뉴얼에 보면 이 입력전압을 정확히 220V에 맞춰야 제대로 된 강압이 이뤄진다고 한다.
남은 관건은 바이달 앰프의 트랜스 험이 정말 사라질까 여부. 사라졌다. 귀를 바싹 갖다대면 조그맣게 '쏴아~' 하는 험이 들리지만 예전에 비하면 거의 적막강산 수준이었다. 결국 다운트랜스가 문제였던 것이다. 필자 입장에서는 덤으로 딸려온 '차폐' 기능 역시 생각보다 좋았다. 마들렌 페이루의 '바이 바이 러브'(Bye Bye Love)를 들어보면 음들이 확실히 예전보다 말쑥하고 차분해졌다. 조용하고 예쁜 소리로 변했다.
며칠 후, 새벽 4시에 음악을 듣는데 갑자기 바이달 앰프에서 그 지긋지긋했던 험이 또 들린다. 뭐야, 허니문이 끝난 것이야, 싶었다. 혹시나 해서 차폐&다운 트랜스 표시창을 보니, 생각지도 못한 정보가 뜬다. 입력전압이 무려 240V까지 올라간 것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일산)의 평균 전압이 230V이고, 전원에 여유가 있는 심야나 새벽에는 240V까지 올라가는 것을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다시 스위치를 돌려 220V로 조정한 후에야 바이달 앰프가 조용해졌다. 맞다. 처음 다운트랜스와 바이달 앰프가 떤 것은 평균치보다 10V 높은 230V에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결과였다. 동일한 다운트랜스를 서울 용산의 한 사무실에서 들었을 때에는 보란듯이 조용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소위 말하는 '뽑기 운'도 있었을 것이지만.
많은 오디오 애호가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이런 지난한 세팅이 끝난 후 여러 음악을 소중하게 들었다. 평소 귀에 익숙한 음악이 바뀐 세팅 후에 얼마나 달리 들릴까 하는 호기심 때문도 크다. LP로도 듣고, CD로도 듣고, 스트리밍 음원으로도 들었다. 말쑥한 음에 기분까지 개운해졌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어둠껌껌한 배경을 만끽했다. 내친 김에 보다 좋은 품질의 117V 전용 파워케이블까지 바이달 앰프에 물려줬다. 오디오는 이래저래 손도 많이 가고 돈도 많이 드는 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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