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전화벨이 울린다' 주인공 신사랑 "가면은 배우의 숙명"
-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신사랑 배우(28)는 솔직하고 진지하다.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에서 주인공 김수진 역을 맡은 신사랑은 지난 12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연습실에서 부드러우면서도 이지적인 외모와 다른 연기를 위해 뜨겁고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오는 20일부터 4월1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111에서 재공연한다. 이 작품은 2017년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 사업인 '뉴스테이지'(NEWStage)에 선정돼 호평 속에 초연한 바 있다.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는 콜센터 상담원인 김수진의 일상을 통해 친절한 서비스의 허상, 가면 속 민낯과 우리의 내면에 잠재된 괴물성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신사랑 배우는 "수진이 처음엔 콜센터 감정노동인 상담원 업무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며 "같은 고시원 옆방에 사는 연극배우 민규에게서 연기를 배우면서 진짜 감정을 감추고 가면(가짜 감정)을 쓰는 법에 익숙해진다"고 했다.
출연진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콜센터 현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신사랑은 "초연 때, 배우들과 제작진이 콜센터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며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응대하는 감정노동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직접 체험했다"고 말했다.
'감정노동'이란 서비스업 종사자가 일하면서 말투나 표정, 몸짓 등 드러나는 감정 표현을 역할에 맞게 연기하는 것을 말한다. 콜센터 상담원, 은행원, 승무원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이들은 실제 느끼는 감정을 억누르고 친절한 태도로 고객을 맞아야 하며, 최근 사회지도층의 '갑질 횡포'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신사랑은 초연보다 이번 재공연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감정을 감추는 가면을 상징하는 '가짜 감정'은 극 중에서 수진이 배우는 연극 '오이디푸스'와 연결됐다"며 "오이디푸스는 친부를 죽인 범인이 자신임을 알게 되자 두눈을 스스로 찔러 장님이 된다. 수진의 심리과 오이디푸스를 연결시키는 게 어렵다"고 했다. 이어 "초연 때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질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재공연은 콜센터의 전체 구조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초연과 다르게 콜센터 직원 개개인의 이야기를 세밀하게 담았다. 신사랑은 "관객이 이미 콜센터 직원들이 겪는 어려움(감정노동)을 대부분 알고 있다"며 "연극은 관객들의 상상 너머로 발을 뻗어야 했다"고 말했다.
"직원 개인이 콜센터 안에서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먹고 살기 위해서 방관자로 남거나 또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신사랑은 작품 속 등장인물 중에선 연극배우인 박민규 역할이 와닿는다고 했다. 그는 "극중 연극배우인 박민규는 가난 속에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사람"이라며 "나 역시 그와 비슷한 상황 속에서 연극배우로 살아오다보니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극은 타인과의 관계 만들기'라고도 했다. 또 "연극은 관계다. 작품을 연습하면서 참고자료를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지만 공연팀 안에서의 화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올릴 때 배우 개인이 준비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배우들과 계속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것 깨달았다. 연극과 관련하지 않은 질문들 '언니, 어제 뭐했어요' 등의 시시콜콜한 질문과 대답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신사랑은 현실의 삶과 무대 위의 연기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그는 "돈을 벌려고 연극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지금 내 삶의 균형을 잘 맞췄다고 생각할 수가 없다"며 "내 인생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희곡 속의 다른 삶을 분석해 가면(가짜 감정 혹은 연기)을 쓸 때 엄청난 괴리감을 느낀다. 콜센터 직원 수진의 고민처럼 나 역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라고 했다.
이연주가 쓰고 연출한 연극 '전화벨이 울린다'에는 신사랑을 비롯해 이선주, 최지연, 박성연, 이지혜, 서미영, 우범진, 이세영 등이 출연한다. 관람료 3만원. 문의 (070)827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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