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하고 보세요"…하루 종일 하는 3월 공연 3편 '눈길'

'33한 날에 돌아와요'·'산 자와 죽은 자의 미디어 툼스톤'·'카라마조프가의 형제'

'산 자와 죽은 자의 미디어 툼스톤' 공연 예상 이미지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그야말로 '하루 종일 하는' 공연 3편이 3월 관객과 만난다. 장시간 공연인 만큼 배우와 관객을 위한 중간 휴식시간은 필수다. 물론 공연 시간이 길다고 해서 작품성이 함께 높아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먼저 세월호 참사 7시간을 형상화한 실시간 퍼포먼스 '33한 날에 돌아와요'가 3월3일 오후 3시4분부터 10시4분까지 7시간동안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블랙텐트에서 공연된다. 이어 도스토옙스키의 대표작을 각색한 동명의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가 4∼1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 편을 3시간 30분씩 1·2부로 나눠 이틀에 걸쳐 공연한다.

또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위로하는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산 자와 죽은 자의 미디어 툼스톤'이 10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2시간 동안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공연된다.

세월호 참사 7시간을 형상화한 실시간 퍼포먼스 '33한 날에 돌아와요' 포스터 ⓒ News1

실시간 퍼포먼스 '33한 날에 돌아와요'는 마임연기자 유진규, 이정훈 등 54명이 출연해 3월3일 단 하루만 7시간동안 임시공공극장 블랙텐트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의 주요 순간을 예술적으로 표현해 304명의 희생자와 실종자 9명의 넋을 관객과 함께 위로할 예정이다. 무료. 문의 (010)3375-0874.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산 자와 죽은 자의 미디어 툼스톤'은 12시간동안 야외 공간인 5·18민주묘지 제1묘역 최미애씨 묘비를 중심으로 12기에서 공연하는 프로젝트다. 묘비 표면에 빛으로 이뤄진 영상을 투사,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미디어파사드과 함께 한국·현대무용·시낭송·북춤·성악·탈춤 등 예술가 12명이 매시 정각마다 차례로 나와 희생자의 넋을 달래는 진혼 퍼포먼스를 펼친다. 이 공연은 당일 인터넷 생중계도 준비하고 있다. 가격 미정. 문의 (010)5391-1895.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는 연극을 중심으로 무용, 영상 등을 결합한 '씨어터-댄스'를 표방하는 극단 피악이 제작했다. 나진환 연출이 친부살해를 소재로 한 원작소설을 직접 각색했다. 이 작품은 관객을 위해 1부와 2부로 나눠 각각 3시간30분씩 격일제로 공연되며 토요일인 3월11일과 18일에만 1·2부를 하루에 볼 수 있다. 입장료 3만~6만원(1회 공연). 문의 (02)765-1776.

물론 이같은 장시간 공연이 매우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무대에 오른 연극 '햄릿: 완전 무삭제 공연'은 단행본 230쪽 분량의 모든 대사를 편집 없이 무대에서 고스란히 옮기느라 오후 4시에 개막해 오후 10시까지 총 6시간(중간휴식 1시간 포함) 공연했다. 앞서 2004년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각색한 동명의 연극이 5시간30분동안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1984년에 호주연극배우 10명이 20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연해 장시간 연극공연 부문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 연극을 끝까지 지켜본 사람은 불과 5명밖에 없었다고 전해지며, 이후 공연시간이 길다는 것 이외엔 아무런 의미 없는 기록 경신에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다.

연극사에서 의미 있는 장시간 공연은 주로 1970년대에 많이 공연됐다. '이미지 연극'의 거장 로버트 윌슨은 1973년에 공연시간이 12시간인 오페라 '이오시프 스탈린의 삶과 시간'(The Life and Times of Joseph Stalin)을 올린 바 있다. 모든 현대 연극사 서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윌슨의 대표작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4시간30분짜리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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