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에 막힌 촛불소녀 9년만에 광화문광장에 서다"
[인터뷰] 촛불집회 뮤지컬 공연 조연출 맡은 김가람 작가
-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08년 17살 때 교복을 입은 채로 울산에서 상경해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했어요. 당시 광화문 광장은 명박산성에 막혀 있었어요. 그때 느낀 좌절감이 지금까지 이어졌어요."
촛불집회에서 열리는 여러 공연 중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 뮤지컬'에서 조연출을 맡은 김가람 작가(26)는 "광우병 촛불집회가 엇그제 같은데 벌써 9년 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는 2008년 교복을 입고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이유가 '경찰의 진압'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항의하는 참여자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광경을 인터넷으로 보고 참을 수가 없었다"며 "광우병이 뭔지 잘 모르지만 '폭력 진압은 아니다' 싶어서 참여했지만 좌절감과 무력감이 커졌다"고 했다. 이어 "그 이후부터 사회 문제를 정확하게 알려고 노력하는 시민이 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중에서 정유라 관련 의혹의 문제점을 특히 강조했다. "사회 초년생인 저희 세대들은 특히 정유라 사건에 분노합니다. (흙수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기회 자체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죠."
'촛불소녀'출신인 그는 고교 졸업 후 중앙대 연극학과에 진학해 뮤지컬 작가로 성장했다. 그의 대표작 '아랑가'는 백제 개루왕 통치시절 도미 처가 포악한 왕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부부의 신의와 절개를 지킨다는 내용의 도미부인 설화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2013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23개 국37개 대학과 연극교육기관이 참가한 제3회 ‘아시안 시어터 스쿨스 페스티벌’(ATSF)에서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015년 CJ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리딩작 선정 및 제4회 예그린 앙코르 최우수 작품상 후보,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2016뮤지컬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시함뮤'(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에 조연출로 참여했다. 시함뮤는 '공연이 없는 뮤지컬 배우들을 광장에 모여 시민과 한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자'는 취지로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18일 집회부터 지금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광화문광장 무대에서 '민중의 노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상록수' 등을 불렀다. 지금까지 1기, 2기, 3기, 3.5기까지 중복 참여한 배우를 포함해 모두 138명이 참여했다.
김 작가는 2008년과 2016년 촛불집회의 차이를 '울분'과 '대안'이라고 표현했다. "2008년엔 울분을 토하는 것에 그쳤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현실을 직시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며 "무엇이 이 사회의 문제인지 알고 어떤 목소리로 얘기할까를 다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또 "토요일마다 촛불집회에서 학교 후배들과 동료들, 제 또래들을 많이 만나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떳떳하게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 시대에 살고 싶다고도 했다. "시절이 어지러우니까 시민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아서 '사랑 이야기'를 쓸 수가 없다"며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내가 지금 이 얘기를 해도 되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떳떳하게 사랑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싶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한편, 시함뮤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세월호 추모음악회'에도 출연한다. 오는 9일 경기 안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에는 시함뮤를 비롯해 신경림 시인, 정태춘, 전인권 밴드, 권진원, 옥상달빛 등도 출연하며 박혜진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는다. 이번 추모음악회는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주최하고 4.16연대와 4.16안산시민연대가 공동주관하며 안산시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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