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연극 무대' 배우 박근형 "첫연습에 대사 다 외워"

[인터뷰]연극 '아버지' 출연한 박근형과 최광일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배우 박근형(76)과 최광일(46). 30년 터울이 나는 두 배우가 국립극단의 연극 '아버지'에서 장인 '앙드레'와 사위 '피에르'로 각각 출연한다. 이들이 연극 무대에서 함께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극 '아버지'는 치매를 겪는 '앙드레'를 둘러싼 딸·사위·의사·간호사 등과의 인간관계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달 13일 개막해 호평 속에서 연장 공연이 결정돼 15일 막을 내린다. 지난 10일 서울 명동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을 마친 이들을 만났다.

최광일 배우는 이번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첫 연습을 꼽았다. 최 배우는 "장인어른 역할인 박근형 선생님께서 희곡을 다 외워서 첫 연습장에 나타났다"며 "보통 첫 연습 이후부터 대사를 외우기 시작하는 분위기라서 다들 당황했다"고 했다.

최 배우는 "엄격하고 꼼꼼하신 장인어른을 만난 셈"이라고 웃었다. 그는 "첫 연습을 마치고 박근형 배우를 뺀 모든 출연 배우가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며 "선생님보다 대사 분량이 많은 배우가 아무도 없는 상황이라 대사부터 빨리 외우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다들 지하철이나 화장실을 가리지 않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곤 대본을 놓지 않았다"고도 했다.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박근형 배우는 원래 1960년대 국립극단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하나였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한 그는 1964년 국립극단에 입단해 1967년까지 활동했다. 그는 1968년 극단 민중극장의 연극 '실과 바늘의 악장'에서 금오봉 역할을 열연해 제5회 동아 연극상 남자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다시 서는 것은 49년만이다.

박근형 배우는 이번 공연으로 소원을 이뤘다고 했다. 박 배우는 "연극 보러 올 때마다 나도 연극 무대에 다시 서고 싶었다"며 "어찌됐든 50여년 만에 다시 명동에 와서 이 무대에 선다는 자체만으로도 매우 기쁘다"고 했다.

연극 '아버지'에 출연하는 배우 박근형(왼쪽)과 최광일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8.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연극 '아버지'에선 장인과 사위의 관계가 흐름을 이끌어가는 갈등의 축을 이룬다. 사위 피에르는 아내 안느에게 장인어른을 요양소에 입원시키자고 설득한다. 피에르는 아내가 장인을 보살피느라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장인 앙드레는 사위의 시계를 자기 것이라 탐내기도 하고, 딸이 외출했을 때 사위가 자신을 때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박근형 배우는 "연극 '아버지'는 권위적인 앙드레가 치매를 앓으면서 딸과 사위 등 주변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맺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번 작품에서 앙드레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막이 내릴 때까지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앙드레 역할을 연기하면서 사위가 내 시계를 진짜 훔쳐갔다고 확신하는 게 중요했다"며 "내가 맡은 역할과 하나가 돼야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50여년 전보다 무대 환경이 좋아져 내면연기를 보여주기 훨씬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최광일 배우는 "함께 공연하면서 박근형 선생께 많이 배웠다"며 "대사 하나와 표정 하나까지 그냥 넘어가지 않고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아울러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내 연기를 다시 돌아볼 계기가 됐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근형 배우는 1년에 최소 1편씩이라도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해 배우로서 새 출발하는 기분이라서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도 1년에 최소 1편씩 연극무대에서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다른 역할로 만나겠지만 최광일 배우와도 다시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연극'아버지'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연극'아버지'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연극'아버지'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연극'아버지'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연극'아버지' 공연 장면(사진=국립극단)
연극 '아버지'에 출연하는 배우 박근형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8.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연극 '아버지'에 출연하는 배우 최광일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8.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연극 '아버지'에 출연하는 배우 박근형(왼쪽)과 최광일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6.8.10/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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