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덕후의 인썸니아] 줄리아드림의 1집 앨범 '불안의 세계'와 단독공연

줄리아드림의 1집 앨범 '불안의 세계'
줄리아드림의 1집 앨범 '불안의 세계'

밴드 줄리아드림 (Julia Dream)

2013년 어느 날, 저는 우연한 기회에 '줄리아드림'이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드럼을 배우고 있던 터라 모든 음악에서 드럼이 제일 중요하게 여겨질 때였는데, 제게 드럼을 가르쳐주던 '시야'님이 "줄리아드림이 그렇게 잘 하더라"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공연을 보라"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줄리아'라는 예쁜 여자 이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 때문에, 센 음악을 좋아하는 저는 선뜻 공연에 가게 되질 않았습니다. 그해 가을, 잔다리페스타 티켓을 사놓고 보니 마침 제가 가려는 날 줄리아드림의 공연이 있더라구요. 기왕 가는 김에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하며 공연장을 찾았는데, 밴드의 이름과는 달리 줄리아드림은 그리 여성스럽지 않은 남자 셋으로 이루어진 밴드였고 그들의 음악 역시 '줄리아'스러운 고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딱히 제 취향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예상 외로 빠르고 강한 음악을 연주했는데, 특히 드럼님의 실력은 역시 드럼 선생님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만큼 대단해 보였어요. 줄리아드림의 공연이 끝나고 다른 공연을 보러 가면서, "잘 하긴 잘 하네, 근데 내 취향은 아니네"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돌아와 며칠동안, 잔다리페스타에서 본 다른 공연보다 줄리아드림의 연주가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었습니다. 꼭 다시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리하여 다시 찾아간 줄리아드림의 공연에서 저는 이들의 팬이 되었습니다.

줄리아드림의 기타/보컬 박준형
베이스 손병규
드럼 염상훈

'줄리아드림'이라는 이름은 음악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들이 존경하는 뮤지션 '핑크 플로이드'의 싱글 트랙 제목이었어요. 핑크 플로이드라는 이름만 알았지 음악을 들어본 적 없는 저는 멋도 모르고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지요. 밴드 줄리아드림이 추구하는 음악은 '사이키델릭'과 '블루스'라는, 4년전의 저로서는 낯설기 짝이 없는 장르였습니다. 오로지 공명되어 맑게 울려퍼지는 드럼님의 탐 소리가 너무나 좋아서 이들의 공연을 죄다 따라다녔지요. 공연 관람이 거듭되고 해가 바뀌면서 조금씩 제 귀가 조금씩 트이자, 줄리아드림의 기타와 베이스 역시 평범한 연주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들의 대표곡 '가위'는 네 개의 파트가 이어져서 15분가량이나 되는 긴 곡이었는데 사이키델릭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굉장한 음악이었어요.

저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뮤지션들의 인성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스스로 만들고 연주하는 음악이란 결국 그들의 인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줄리아드림의 세 멤버 박준형(기타/보컬), 손병규(베이스), 염상훈(드럼) 님들과 페이스북 친구도 맺고 몇년간 팬으로 지내면서 이들의 인성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제가 지켜본 바로는 세 사람 모두 한마디로 '바른 청년'들입니다. 팬을 늘리기 위해 청자의 맘에 들고자 가식적인 행동을 하는 일도 없고, 또는 팬들에게 "나 좋아하지? 어때 나 멋있지?"라며 잘난 척을 하는 사람들도 아니고, 팬이건 팬이 아니건 누구에게나 밝고 예의바르게 대하는 청년들이에요.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게 흠이라면 흠이랄까요.

줄리아드림의 1집 앨범 '불안의 세계'그런 줄리아드림이 드디어 1집 정규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작년 여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앨범 준비에 들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의견충돌이 심해지기도 해서 말 그대로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한 진통이 대단했던 모양이에요. 우여곡절 끝에 올해 초 녹음을 마치고 리더 박준형님이 미국 시애틀로 건너가 믹싱을 해왔습니다. 며칠간 밤을 새우며 녹음을 거듭하고, 믹싱과 프로듀싱에도 정성을 들인 이 앨범은 두 개의 CD로 나누어 각각 8곡씩 모두 16곡을 담아, 80년대 분위기가 나는 두꺼운 주얼케이스에 두 CD를 넣었습니다.

주얼케이스에 담긴 두 장의 CD

단순히 곡이 많아서 두 개의 CD로 나눈 줄 알았는데, 앨범을 사서 안을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가사집을 꺼내어 수록곡들의 제목과 가사를 훑어보고, 중간에 삽입된 짧은 '동화'도 읽어보았습니다.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들어줄 것을 당부하던 준형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지요.

이 앨범은 트랙 1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줄거리로 연결됩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준형님의 성향이 녹아있는 듯해요. 또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가사집에 있는 동화는 어떤 특정 사건을 비유하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음악을 만든 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만들었든 해석은 듣는 사람의 자유니까, "이 앨범은 이런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단정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어쨌든 그런 이유로, 줄리아드림의 1집 앨범 '불안의 세계'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듭니다. 수록곡 역시 뮤지컬의 등장인물이 연기를 하며 부른다고 해도 좋을 만큼 기승전결이 뚜렷한 16곡이고, 첫번째 CD의 수록곡들은 대체로 어둡고 조용한 보컬곡들이 많습니다. 사실 저는 어두운 분위기의 보컬곡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약간의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잘 들어보니 역시나 그들의 연주는 참으로 매력적인 것이어서, 라이브를 보기 전에 속단하지 말자고 마음먹었지요.

웨스트브릿지에서의 단독공연앨범을 준비하고 제작하고 또 단독공연을 열기까지 상당히 긴 기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긴장을 했던 모양으로, 웨스트브릿지의 화려한 조명빛을 받으며 큰 무대 위로 나타난 준형님은 살이 빠지고 눈도 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랜만에 보는 줄리아드림 세 멤버의 모습을 보니 참 반갑고 좋아서 웃음만 나왔지요. 이들은 게스트의 공연 없이 두시간 넘도록, 앨범의 첫번째 곡부터 순서대로 16곡을 연주하고 또 '댄스뮤직' '마이너 엑스터시' '가위' 등 이전에 자주 연주하던 곡들까지 모두 빼놓지 않고 들려주었습니다. 몇몇 곡들의 녹음작업에서 연주를 도와주었던 '아이러닉 휴'의 현경미님, '에이퍼즈'의 송슬기님, 그리고 '빌리카터'의 이현준님도 등장하여, 자신이 참여한 곡들의 연주를 함께했습니다.

웨스트브릿지에서 열린 줄리아드림의 단독공연

줄리아드림의 라이브는 기대 이상으로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음원에서는 아무래도 보컬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악기들의 소리는 작게 들리지만, 라이브 연주는 파워풀한 드럼 사운드와 낮게 울리는 베이스 음이 무겁고도 장엄한 느낌을 강하게 했어요. 이 앨범에서는 '바다'가 이야기의 배경인데, 일렁이는 파도, 휘몰아치는 폭풍, 또는 좌초되는 배의 불안감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효과를 베이스가 맡아서 하고 있더라구요. 음원에서 제대로 듣지 못했던 베이스음이 뚜렷하게 들리니 정말 멋있었습니다. 보컬 부분이 끝나면 어김없이 기타 연주가 이어졌는데, 그 멜로디는 곡마다 어찌나 좋던지요. 조용한 곡에서도 긴장감을 주기 위해 한번씩 크게 울리는 탐과 심벌 소리, 그리고 베이스의 틈을 메꾸며 사사삭 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드럼 연주 역시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내 취향에 맞거나 말거나, 역시 줄리아드림의 음악은 멤버들이 다투고 갈등했던 만큼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것이었고, 그 결과물은 완벽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잘하긴 잘하네, 근데 내 취향은 아니네"로 줄리아드림을 만났던 저는, 이번 공연을 보고 "내가 졌다! 그대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시오. 내가 맞추도록 하겠소"라며 엎드려 절을 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공연 중간에 인사를 하던 준형님은, 사실 앨범 콘셉트를 정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들려주었던 줄리아드림의 음악과 많이 달라진 보컬곡들을 발표했을 때, 그 전의 음악을 듣고 팬이 되었던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달라진 그들의 음악을 과연 이해해 줄 것인가, 혹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떠나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자 음원을 듣고 잠시 실망했던 저는 뜨끔했지요. 공연을 보고 나서, 팬들의 구미에 맞춘 음악이 과연 듣기 좋을까, 진심이 묻어나지 않는 가식적인 음악보다는 하고 싶은 음악을 소신껏 했을 때라야 감동이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보다 한참 어린 청년들이지만 자신의 음악적 가치관에 자부심을 갖고 어떤 경우라도 굽히지 않으려는 줄리아드림에 대해 존경심이 솟았습니다. 역시 참 훌륭한 사람들이에요.

줄리아드림의 오랜 팬 '리페'님이 찍은 공연 영상을 봐주세요. 아마도 이들의 팬이 되실 것입니다.

앨범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링크를 눌러주세요. 여기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http://hyangmusic.com/board/rvview.php?id=Event&no=2747&page=1&s_key&s_field&ccate_name

그리고 줄리아드림을 저와 함께 응원해주세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뮤지션들입니다.

줄리아드림의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Band.JuliaDream

필자 강지연은

나이가 좀 되는 서울아줌마.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일본으로 가서 패션스쿨을 다녔으나 배운 것을 써먹은 적은 없음.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미국 시골의 대명사 오클라호마에서도 살았던 경험 있음.

2007년 우연히 본 인디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에게 한눈에 훅 빠져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탠딩 공연이라는 걸 가보게 되고 그 공연에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타, 베이스와 드럼연주 모습에 넋을 잃고 그 후 홍대 인근 클럽을 쏘다니며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는 취미를 얻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일본 Bunka 패션스쿨 졸업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졸업

k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