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덕후의 인썸니아] 국가대표 사이키델릭 밴드 텔레플라이 인터뷰

얼마전 2집 앨범 '무릉도원'을 내고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텔레플라이를 만났습니다. 앨범을 들으며, 또 공연을 보면서 궁금한 것들이 첩첩으로 쌓여서 인터뷰 요청을 한 것인데 흔쾌히 응해주신 텔레플라이의 세 멤버 김인후, 오형석, 허정현님 고맙습니다.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저는 무식한 질문도 많이 했고, 대답을 했는데도 이해를 못하여 같은 질문을 또 하기도 하는 답답한 진행자였지만 짜증내지 않고 열심히 설명해 주셨어요. 다음은 인터뷰 내용입니다.
덕후 : 먼저 밴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인후 : 대한민국 국가대표 사이키델릭 밴드 텔레플라이입니다. 이 소개말은 아시아의 밴드 중 세계적으로 알려진 밴드가 많지 않아,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다는 자부심을 세우고, 또 저희도 이름에 걸맞게 열심히 하려고 만든 말이에요.
덕후 : 사실 제가 사이키델릭이 뭔지 잘 몰라요. 텔레플라이는 줄리아드림과 함께 사이키델릭을 한다고 하는데 어떤 음악이에요?
인후 : 사이키델릭은 흔히들 장르라고 하는데 사실 장르는 아니구요, 어떤 시대적 정서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을 거 같아요. 미국에서 먼저 생긴 건데, 60년대에 베트남 전쟁을 비롯해서 인종차별 문제 같은 것 때문에 당시 서부지역의 대학에서 철학 공부하는 학생들이 동양사상을 많이 받아들이면서 사랑과 세계평화를 지지했는데, 이게 좀 비뚤어진 방식으로도 가게 된거죠. 예를 들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어서 마약에 손을 댄다든지 지나치게 철학공부를 한다든지 그러면서, 어른들은 너무 현실적인 것만을 우려하니까 (젊은이들은)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어떤 정신적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전까지는 포크와 같은 단조로운 음악의 세계가 있었다면 내면적인, 이미지적인 것을 더 표출하려고 하는 게 사이키델릭이에요. 피카소의 그림이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한다기보다 내면적인 세계와 사상적인 느낌을 더 내려고 하듯이, 음악적으로도 약간 더 비틀거나, 포스트 음악, 댄스음악, 그런 것들이 다 사운드 장난 치고 그러잖아요. 그게 다 사이키델릭에서 온 종파들의 범주예요. 그래서 사이키델릭은 사실 장르라기보다는 그런 정서를 말하는 거예요.
덕후 : 그럼 사이키델릭이 아닌 음악이 없지 않아요?
인후 : 사실상 그렇게 볼 수 있어요. 처음 사이키델릭 정의를 내렸던 팀들은 사실은 우리가 잘 알고있는 비틀스나 크림, 에릭 클랩튼 같은 분도 있고, 원래 팝이라는 개념이 사이키델릭에서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당시 음악을 사이키델릭으로 본 거죠. 레게도 마찬가지고.
덕후 : 확실하게 알았네요. 줄리아드림 얘기가 나온 김에, 어떻게 하다 친해지신 거예요?
형석 : 먼저 준형이(줄리아드림의 기타 박준형)를 알게 된 건데, 준형이는 제가 예전에 하던 여섯개의 달이라는 팀에 있었어요. 문식이형이나 서현이랑 다들 친해서 준형이를 술자리에서 만나게 됐는데 또 고등학교 후배라고 하더라구요. 그후 공연도 한번 함께하고 그러다가 동갑이니까 얘들이랑. 우리 애들이 막 사교적이지 않거든요. (웃음) 그래서 겸사겸사 소개해 줬는데 정말 잘 맞는 거지. 더구나 줄리아드림은 다 동갑이니까 금방 친해지더라구요. 저만 빼놓고 자기들끼리 잘 만나요.
덕후 : (인후에게) 그런데 왜 준형씨랑 둘이만 친해요?
인후 : 같은 작곡가 입장이기도 하고, 기타리스트이기도 하고, 같은 리더이기도 하고, 공감대가 일단 너무 많고, 준형이와 서로 힘들어하거나 기뻐하는 포인트가 굉장히 비슷해요. 아무래도 서로 닮아 있는 사람이어서.
형석 : 제가 보기에는 둘이 아마 서로 배울 게 많아서 그런거 같아요. 인후가 가진 장점이 있고 준형이가 가진 장점이 서로 시너지가 돼서.
인후 : 정말 많이 보고 배워요. 준형이네 집에서 자면서 불 꺼놓고 얘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서로 고민도 많이 나누고.
덕후 : 사이키델릭이라는 음악을 밴드 시작하실 때부터 추구하셨어요?
인후 : 텔레플라이 음악은 사이키델릭으로 시작해서 첫 EP앨범의 제목이 '얼티밋 사이키델릭'이기도 하지만, 그전에는 사실 저희는 그런 음악을 하는 밴드는 아니었어요. 랩 메탈이라든지.
덕후 : 세분이 사이키델릭을 하자고 처음부터 의견통일을 보셨나요?
인후 : 아마 음악하시는 분들이라면 사이키델릭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다들 지금 어떠한 음악을 하든지간에 영향을 받은 음악가들이 결국은 그런 음악을 한 분들이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신중현 선생님이나 김창완 선생님도 그렇고 다 그런 음악을 하고 있었어요.
형석 : 아까 인후가 얘기했듯이 그게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옛날에는 약에 취하는 환각상태를 많이 얘기했는데 사실은 그거나 뭐 평상시에 생각하는 거나 술에 취해서 느끼는 거나 표현한다는 건 다 마찬가지죠.
덕후 : 새로운 걸 알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지금의 멤버와 달랐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멤버로 시작했나요?
인후 : 처음에는 저랑 정현이랑 또 다른 드럼 치는 친구가 있었어요. 원래 그 전에 다른 멤버들도 있었는데 그때는 완전히 체계가 잡혀 있을 때가 아니었고, 공식적으로는 전에 드럼 쳤던 친구랑 정현이랑 함께하다가 정규 1집을 내고, 앨범 나온 지 한달 후에 정현이가 군대 가게 되고 드럼 치는 친구가 그사이 나가버리고, 세션하던 재혁이 형이랑 제 학교동기였던 형이랑, 제가 군대가기 전까지는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제가 전자음악단을 너무 좋아해서 전자음악단이 해체됐을 때 형석이 형한테 가서 생각해 보라고 하고, 제가 훈련소에 갔다 온 후 형과 함께 활동을 하면서 'Avalokitesvara (아바로키테슈바라)' 앨범을 내고, 정현이가 제대를 한 후 함께 '무릉도원'을 낸 거죠.
덕후 :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다가 나오셨는데, 소속사가 있으면 어떤 좋은 점이 있나요?
정현 : 매니지먼트가 편리하게, 좀 돌아가기 쉽다는 거죠. 제가 지금 관리하고 있는 네이버와 페이스북의 텔레플라이 페이지 같은 것을 회사가 다 맡아주거든요. 섭외나 문의도 그쪽에서 다 하니까 그런게 좋은거죠.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덕후 : 그런데 왜 나오시게 됐죠?
인후 : 회사가 아무래도 음악 같은 데 관여하게 되고… 물론 잘 되게 하려고 그런 거겠지만 음악가들 입장에서는 답답한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앨범 한 장 한 장이 저희한테는 자식 같은 거잖아요. 너무 소중한 거라서 후회할 만한 작품은 절대 내보내고 싶지 않아요. 활동을 하면서, 이 팀으로서 벌써 세 번째 앨범을 내는데, 음… 엄마들이 아이를 낳으면 자식을 위해서 뭐든지 다 하겠다는 마음이 되잖아요. 그런 것처럼 그 당시 상황에서는 여길 나와서 더 멋진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덕후 : 앨범 만드는데 의견이 잘 안 맞았었어요?
인후 : 제약이 좀 있었죠. 그래서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거죠. 스타가 될 것인지, 음악인이 되고 싶은 건지 스스로에 대한 자문도 많이 하게 되고.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거죠.
덕후 : 2집의 수록곡들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쭉 연결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건 어떤 이야기예요?
인후 : 동양철학 같은 걸 공부하다 보면 어떤 건 신화적인 얘기도 있고 또 실제의 이야기도 있고. 소설이든 종교서든 책에서 구축하고 싶어하는 (또 독자가 얻고자 하는) 어떤 주제가 있잖아요. 근데 제 생각은 사실 음악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음악을 들으면서 뭔가 위로받고 싶거나 더 기쁘고 싶거나 슬플 땐 또 그 무드를 느끼고 싶거나. 그런데 음악을 잘 만들려고 해서 기술적인 면에 집착을 하게 되면 반대로 정서적인 부분이나 사상적인 부분이 빠지게 되죠. 그래서 이번에는 사상적으로 더 세게 가보자, 그렇게 해서 음악 하나하나에 좀 더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많이 심다 보니까 스토리가 나오게 되고, 그러면 듣는 사람도 더 쉽게 원하는 방향의 음악을 찾을 수 있고.
덕후 : 그러니까 그게 어떤 이야기냐구요. 하하. 하나의 이야기라면서요.
인후 : 무릉도원이라는 게 사실 별천지고 유토피아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면 (실존하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마다 각자 다르게 느낄 수 있는데, 앨범에도 써놓긴 했지만 '도화원기'라는 책에 나오는 어부의 꿈처럼 저희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스토리를 준비했어요. 동양철학에 나오는 말로 '천룡팔부'라고 해서 극락도 있고 지옥도 있고 열반의 세계도 있는데 결국 그걸 다 거쳐서 자기 자신으로 돌아와서, 지금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어떤 작은, 좋은 여행이었다 하고 자신의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그런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덕후 : 기승전결이 있는 거예요? 1번부터 9번까지?
인후 : 네. 1번부터 2번까지는 번뇌를 하는 사람이고, 2번은 거기에서 헤매고 있는, 헤매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은 굉장히 복잡하니까 희망도 있고, 그런 복잡한 상태에서 방황하거든요. 근데 더 가다 보니까 세상을 다 보기 시작하고 여유를 갖게 되고, 그러면서 더 깨닫고 지혜나 자부심을 얻게 되어 용기가 생겨서 영웅이 되기도 하고, 열반의 경지에 가서 신이 될 수도 있겠죠. 인간적인 감정과 극한의 이성이 맞부딪쳤을 때 허무함과 슬픔을 느끼면서 어떤 신을 찾게 되는 거죠. 삶과 죽음의 경계라고 할 수도 있고, 그때 현실을 바라보게 되면서 희망과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될 시간 개념, 즉 미래에는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그런 식으로 스토리를 끌어갔죠.
덕후 : '술병이 깨져 놀랐다네'는 무슨 뜻이에요?
인후 : 사실 한번은 제가 술을 먹다가 정말로 술병을 깼어요. 근데 찰나에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거죠. 예를 들어서 형석이형이랑 술을 먹었다면, 만나지 않았으면 술병이 깨지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인과관계라든지 거기서 느껴지는 어떤 심오한 기분을 표현한 거죠.
덕후 : '신'이라는 곡은 전주와 후주, 메인이 너무 다른데 그건 왜 그런 거죠?
인후 : 열반의 경지에 갔을 때의 허무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직 아무도 열반의 경지에 간 사람이 없잖아요. 거기 대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요.
덕후 : 그 세 파트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셨나요?
인후 : 처음 인트로는 신을 만났을 때의 웅장함, 그 뒤에는 그 시간과 공간에서 홀로 인간을 바라보고 있는, 뭔지는 모르지만 인간을 위한 그 존재는 굉장히 외로울 거 아닙니까. 본인은 그걸 안 느낄 수도 있지만 인간의 기분으로는. 아까 감성과 이성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계속 번뇌를 하는 거죠. 슬퍼하다가 거기서 허무함을 느껴서, 공허한 느낌으로.
덕후 : 레인보우에서 대단한 기타의 즉흥연주가 있었잖아요. 그럴 때 드럼과 베이스는 어떻게 맞춰요?
형석 : 마음대로 하는 거예요. 하하!
덕후 : 근데 두 분은 그래도 좀 맞아야 하잖아요. 그냥 계속 가는게 아니라 좀 약했다 강했다 그런 건 좀 맞아야 되지 않아요?
형석 : 말 그대로 즉흥연주라는 게 서로 들어야 가능한 거거든요. 들어가서 맞추면 돼요. 그냥 얘기하듯이.
덕후 : 어떻게 그 자리에서 서로 마음이 맞을 수가 있어요?
형석 : 안 맞았을 수도 있어요 하하. 맞추려고 서로 듣는 거지. 듣고 표현하고…
인후 : 반대로 동물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말을 하는 게 신기할 거예요. 뚱딴지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굉장히 진지한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듯이 저희도 그런 게 있어요. (그날은 진지한 얘기를 했다는 의미)
덕후 : 그날 이렇게 딱 앉으셨잖아요. 오늘은 여기서 끝장을 보겠다 이렇게 맘먹으신 거예요?
인후 : 저도 모르게.(덕후 : 그럴 때는 어떤 기분이에요?) 접신하는 느낌. 하하.
덕후 : 그냥 완전히 몰입해서 주변에는 전혀 신경 안 쓰시는 겁니까? (형석, 정현을 보며) 그럴 때 어떤 기분이 드세요?
형석 : 그게 아니라 저희도 그렇게 돼야죠. 그게 가장 이상적인 거예요. 사실 연주자가 이렇게 무아지경 속에 빠지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예전에 외국분들이 약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노력을 하죠. 노력을 하면 그만큼, 어느 정도는 들어갈 수 있어요. 계속 노력해야 돼요.
인후 : 저는 사실 '신'을 녹음할 당시에도, 그거 녹음하고 굉장히 아팠었어요. 집중의 힘이라는게…
덕후 : 몇 년간 밴드공연 보면서 그런 연주는 처음 봤어요. 하긴 거기 분위기가 좀 그렇긴 했어요.
형석 : 그게 연주자한테도 굉장히 중요해요. 저희도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고 서로 소리도 잘 들려야 되고… 그때처럼 한명이 들어가면 그 자체로 시너지효과가 되죠. 누구 한명 딴 생각하면 잘 안 되는데 다들 좋았던 거 같아요.
덕후 : '리얼리티'라는 곡 있잖아요. 리얼리티가 현실이에요? 그게 너무 밝아서요. 현실에 대해서 정말 그렇게 느끼시는 거예요?
인후 : 하루는 제가 연습을 하다가 좀 허무함을 느꼈어요. 디지털 음악들은 실제 연주하고 있는 음악들이 아니잖아요. 음악을 컴퓨터로 조절해서 조합을 한 거잖아요. 요즘은 그런 음악이 대세고, 그래서 그때 잠깐 허무함을 느꼈어요. 옛날 작가정신이 강했던 때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자연적인 기법에 많이 신경을 쓰고 그랬는데 요새는 그런 게 별로 중요하지 않잖아요. 컴퓨터로 그냥 넣으면 되니까. 그럼 내가 뭐하러 이렇게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자괴감이 왔을 때 "우리도 진짜 소리를 가지고 그런 음악을 할 수 있어". 사실 리얼리티는 현실이라는 말보다는 진정성이라는, 무엇이 진짜일까라는 진정성에 대한 물음이에요.
덕후 : 히든트랙이 들어 있잖아요. 그걸 시간 간격을 길게 두고 넣은 이유가 뭐죠?
인후 : 스토리를 짠 원래의 계획, 그러니까 '나의 세계로'가 다 끝나고 그 여운을 남겨두고 싶었어요. 다음 앨범의 예고편 같은? 아니면 지금 이 앨범의 정서에 마지막, 마무리의 마무리 같은 느낌.
덕후 : 곡을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인후 : 일반적으로는 제가 곡을 하나 다 만들어오고 어떤 느낌인지 설명을 하고, 함께 고민을 하고 어떤 라인인지가 나와줘야 되고… 함께 얘기를 하면서 만들기도 하구요. 또는 술을 마시든 책을 같이 보든, 영화를 함께 봤던 걸 얘기하든, 그거에 대해서 이런 곡을 만들면 어떨까 이러기도 하고, 또 각자 연주를 하면서 이런 소리 재밌더라 저런 소리 재밌더라 하면서 써먹어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있는 거 같아요.
형석 : 구체적으로는 보통… 아예 라인도 짜올 때가 있어요. 베이스 라인이나 드럼 라인까지. 또는 곡을 가져왔을 때 라인에 대한 느낌만 있을 때도 있고.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맘에 들면 이렇게 가자, 이렇게 될 때도 있고. 그런 식인 거 같아요.
덕후 : 다른 인터뷰에서 봤는데 형석씨가 착해서 이렇게 해주세요 그러면 어~ 그래~ 그런다고. 이런 분위기로 해달라고 계속 그래요?
형석 : 그렇죠. 만약에 제가 했을 때 맘에 들면 아무 말 안 하겠지만 정말 맘에 안 들면 얘길 하죠.
덕후 : 그럼 기분 안 나쁘세요?
형석 : 그건 상관없어요. 저도 그런게 있을 땐 얘길 하죠. 싫은거 있으면 얘길 하고.
인후 : 그게, 어떤 의견 차이가 있어서 싸우는 걸 싸운다고 받아들인다면 그건 밴드가 아닌 거 같아요. 그건 아집이나 교만이고. 부딪치더라도 얘기를 했을 때 서로 더 이득이 있으니까, 그건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돼요.
덕후 : 노래할 때 입을 조금밖에 안 벌리시잖아요. 껌 떨어질까봐 그러시나요? 하하
인후 : 아. 하하. 제가 턱이 안 좋아요. 턱관절이 안 좋아서 다 못 벌려요. 그래서 이게 습관이 됐어요. 얼마전에 치과를 갔다 왔는데 의사선생님도 입 다 벌리지 말라고.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덕후 : 껌 씹는 이유는 뭐예요?
인후 : 제가 역류성 식도염이 있어요. 그게 노래할 때 너무 거슬려서 좀 진정하려고. 껌을 씹으면 침이 많이 나오잖아요. 또 씹으면 집중도 잘 되고 긴장도 풀리고.
덕후 : (형석에게) 모자는 왜 쓰는 거죠?
형석 : 이제는 습관이 돼서.
덕후 : 원래 모자 좋아한 거예요?
형석 : 한 20대 중반부터? 그러다가 지금은 드럼칠 때 땀이 많이 나서, 그럼 정신이 없거든요. 그리고 편해요. 머리를 잘 만지는 스타일이 못 돼서.
덕후: 저는 그래서 비밀이 있나 했어요. 근데 모자 없이 사진 찍은 거 보니까 굉장히 잘생기셨더라구요. 그 베이스 소리 왜… 띠용 하는 거 있잖아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진짜 너무 궁금해서 앞에서 봤는데, 손가락 안 움직이는 거 같은데.
정현 : 그… 이펙터… (일동 웃음)
덕후 : 아 그거 이펙터가 하는 거예요? 발로 누르는 거?
정현 : 네. 그걸 틀어놓고 베이스를 치면 칠 때마다 그 소리가 나오는 장치예요.
덕후 : 페달은요? 페달 밟는건 어떤 효과가 나요?
인후 : 저는 총 네 개를 쓰는데요, 하나는 와우페달이라고 해서. 어쨌든 이펙터가 하는 일은 원래의 소리에 굴곡을 주고 재미있게 돌리는 거잖아요. 와우페달은 틀면 와우와우 소리를 내는 용도로 쓰이는 거죠. 하나는 퍼즈라고 해서 지지직거리는 소리 나는 거 있잖아요. 균열 같은 거. 두 개는 공간계로, 메아리치는 것처럼 소리 울리는 거 있잖아요.
덕후 : 그런 분위기가 사이키델릭과 상관이 있어요?
인후 : 엄청나게 있죠. 왜냐면 지금 쓰고 있는 모든 음향장비가 다 사이키델릭 때문에 나온 거거든요. 그 상상하는 소리를 구현하려구요. 와우페달도 예를 들어서 마약을 하거나 그랬을 때 소리가 재밌게 들리거나 왜곡돼서 들리잖아요. 그 소리들을 표현하고 싶어서 만든 거예요. 환각적인 느낌, 평상시에는 느낄 수 없는 내면적인 느낌을 표출하려는. 이펙터가 하는 일은 그런 거죠.
덕후 : 베이스는 이펙터를 많이 쓰는 걸 못 본 거 같은데.
정현 : 저요? 저는 많이 쓰지 않죠 사실.
덕후 : 띠용 그것만 쓰시는 거예요?
정현 : 그거하고 드라이브랑 공간계 하나 있는데 사실 잘 쓰는 편은 아니에요. 다른 두 개의 효과는 그렇게… 띠용~ 하는 걸 제외하고는. 하하. 제가 하려니까 좀 웃기네요 하하.
인후 : 나는 부왕~이라고 했는데. 띠용… (일동 웃음)
덕후 : 아 부왕이었구나 하하. 각자 성격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형석 : 저는 성격이 참 좋은 거 같아요. (일동 웃음) 무난하죠. 대체로 무난하지만 의외로 드러머들이 남성적이기보다는 더 섬세해요. 드러머들이 원래 멜로디도 더 좋아하고 섬세한 것도 더 좋아하고 그래요.
덕후 : 그냥 무난한 거 말고 특징은요?
형석 : 어렸을 때는 내성적이었던 거 같은데 나이가 좀 들면서… 얘네는 나더러 시어머니 같대요.
덕후 : 그 한마디로 파악이 딱 되네요.
인후 : 저는 좀 내성적인 거 같아요.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어렸을 때는 진짜 병적으로 내성적이었어요. 지금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도 이상할 정도로.
형석 : 제가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어려웠어요.
인후 : 생각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생각하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까 좀 걱정도 많아지고 잠을 잘 못 잔다든지 그런 안 좋은 점이 있어요.
덕후 : 정현씨는 어때요?
정현 : 지금 보시는 거랑 비슷… 늘 똑같아요.
덕후 : 봤어야지 알죠! 하하
형석 : 저희도 모르겠어요. 하하
인후 : 이상해요. 하하
정현 : 조용하구요.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어디 나가는 거 안 좋아하구요. 특징적인 걸 꼽으라고 하시면… 많이 무심해요 제가.
인후 : 공감능력이 적은 거 같아요. 하하
덕후 : (인후를 보며) 근데 무대에서는 괜찮으세요? 그렇게 내성적인 성격이면 무대에 올라가면 공포증 이런 거 있지 않아요?
인후 : 사실 솔직히 저는, 좀 힘들때가 있어요. 집에 가면 감정적으로 많이 지친다고 그러나. 그래서 술 마시거나 그럴 때도 보통 친구 한명이랑만 먹지, 여럿이 있거나 그러면 굉장히 빨리 지치고 좀 우울해지고 뒷감당이 안 되는, 그런 편이에요.
덕후 : 그런 성격인 거치고는 밴드를 하셨네요?
인후 : 사람이 참 복잡하니까요. 하하. 여러 가지 면이 있으니까..
덕후 : 두분이 초등학교 동창이잖아요. 몇학년 때 한반이었어요?
정현 : 한반 한 적 없어요.
덕후 : 그럼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인후 : 아마 우리 집에서 영어과외 했을때.
정현 : 그게 누군지 아직도 기억이 잘 안나.
형석 : 쟤네 보면 안 친한 거예요. 하하
인후 : 맞아요 별로 안 친해요.
정현 : 그냥 친한 척 하는 거예요 하하. 초등학교 동창도 설정이에요 그냥. 하하하
덕후 : 그럼 언제부터 친해지신 거죠?
형석 : 목욕탕을 언제 함께 갔어?
인후 : 한번도 같이 안 갔어.
형석 : 아직 안 친한가 봐요. 하하하
덕후 : 중고등학교 때도 안 친하셨어요 내내?
정현 : 고2때.
덕후 : 고등학교 때 드디어 같은 반이 되셨군요.
인후, 정현 : 네.
형석: 제가 보기에는 음악을 안 했으면 둘이 안 친했을 거예요. 하하
덕후 : 근데 그때도 음악을 하신 건 아니죠?
인후 : 제가 먼저 기타를 쳤고 정현이한테 너 베이스해라 이렇게. 하하
덕후 : 왜 그렇게 하셨어요? 별로 안 친했는데.
인후 : 근데 그게 아예 안 친한 건 아니구요, 서로 부모님도 알고 있는 사이고. 뭐 근데 이렇게 막 아는 사이는 아니고… 또 그런 거 있잖아요. 같은 초중학교 출신이니까 왠지 끈끈하게 보이는 그런.
덕후 :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인후 : 저는 고등학교 때.
형석 : 저는 중 3?
덕후 : 뭘로 시작하셨어요?
형석 : 드럼이요. 근데 그때는 드러머로 살겠다 그런 건 아니었고 고등학교 때 전문으로 해보자는 생각을 했죠.
덕후 : 역시 일찍 시작하신 분이 잘 하는거 같아요. 그럼 기타랑 베이스는 고등학교 때 시작하신 거예요? 언제부터 잘 치셨어요? 연습은 어떻게… 완전히 푹 빠져서 하루종일 하고 막 이런 건가요?
인후 : 거의 매일. 음… 기타를 치면 침을 이렇게 질질 흘리는데 그걸 모를 때가 있어요 하하. 나중에 친구가 말해줬는데. 왜 사람이 제일 많이 집중하면 그 단계가 안면근육이 안 움직이는 거, 원래 숨도 쉬고 침도 삼켜야 되는데 저는 사실 자주 모를 때가 많아요.
덕후 : 베이스는요? 언제부터 잘 치셨어요? 갑자기 잘 치신 거 같은데 아닌가?
정현 : 저는 형 만나고 잘 친 거 같아요. 하하 .
덕후 : 자극이 돼서? 연습을 더 하게 됐어요?
정현 : 연습을 더 많이 했다기보다는 듣는 게 좀 달라진 거 같아요. 듣는 귀가 달라지면 사람이 연주하는 게 달라지게 되거든요.
형석 : 저를 만난 후라기보다는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서 정신을 차리는 거죠.
덕후 : 세 분 다 정말 잘 하시잖아요. "대체 연습을 얼마나 하길래"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인후 : 좋아하거나 즐기면, 기간은 별로 중요한 거 같지 않아요. 굉장히 많이 좋아하면. 진짜 너무 좋아하면.
덕후 : 음악 말고는 다른 거 뭐 좋아하는 거 있어요? 잘 하는 거나.
인후 : 저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었구요. 철학공부 하는 것도 좋아하고, 무술하는 것도 좋아하고. 옛날에 중국무술을 배웠었어요.
정현 : 저는 집에 혼자 있는거 좋아해요 하하. 혼자서 드라마 보고 게임하고 그러고 있어요. (덕후 : 소파에 누워있기 좋아하시는구나?) 네. 그런 편이에요. 하하.
형석 : 저도 게임 좋아하고 뭐 영화 보고.
덕후 : 진짜 잘 만나셨다. 진짜 천생연분도 이런 인연이 없어요. 하하 (인후에게) SNS 안하신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전혀 안 하세요?
인후 : 가끔 얘 (정현) 걸로 보고.
덕후 : 하하. 전화기는 있으세요? (인후 : 네) 그걸로 보지 왜 남의 걸로 봐요?
형석 : 확인은 해요. 트위터나 이런 거 확인은 하는데.
인후 : 뭐 디자인이라든지 뮤직비디오 같은 거 만들면 잘 나오나 보긴 해야죠.(정현을 보며) 그거 어떻게 나왔어 이러면서.
덕후 :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남의 걸로. 하하하. 앞으로 단독공연 계획은 없으세요?
인후 : 계획하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 EP앨범을 또 준비하고 있어요. 새로운 EP와 함께 단독공연을 하려고 해요.
덕후 : 그럼 그게 언제인가요?
인후 : 여름쯤?
덕후 : 제가 궁금했던 건 다 물어봤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있으면 해주세요.
정현 :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형석 : 정말 항상 감사하고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재밌는 음악, 더 멋진 음악 하겠습니다.
인후 : 더 좋은 음악 하고 재밌는 것들 많이 만들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텔레플라이의 팬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리겠습니다.
멋있고 매력적인 세 남자였습니다. 공연하지 않는 텔레플라이의 평소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 모두 정말 영광이었어요. 조금 놀리려는 질문을 하면 얼른 좋은 말로 멤버들을 감싸는 형석님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따뜻한 친정어머니 같은 존재였구요. 예민한 인후님과 무심한 정현님은 친할 수밖에 없는, S극과 N극 같은 사이의 친구였어요. 역시 훌륭한 밴드는 멤버들 궁합이 잘 맞는 것이 기본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렇게 궁합이 잘 맞으면서 다같이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모였다는 건 기적이에요.
이렇게 멋진 텔레플라이의 팬이라서 행복해요! 자부심은 이미 느끼고 있습니다.
*손 사진 정답 공개 : 왼쪽 위 마르고 섬세하며 손가락에 굳은살이 잔뜩 박인 손은 인후님 / 오른쪽 위 큼직하고 든든하며 손톱이 예쁜 손은 정현님 / 아래 꼭 잡아주고 싶은 아담하고 예쁜, 따뜻해보이는 손은 형석님. 손은 제 2의 얼굴!
텔레플라이의 2집 앨범 '무릉도원'은 http://cafe.naver.com/telefly 와 향뮤직( www.hyangmusic.com )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텔레플라이 페이스북 페이지 : www.facebook.com/Telefly
필자 강지연은
나이가 좀 되는 서울아줌마.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일본으로 가서 패션스쿨을 다녔으나 배운 것을 써먹은 적은 없음. 결혼 후 남편을 따라 미국 시골의 대명사 오클라호마에서도 살았던 경험 있음.
2007년 우연히 본 인디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그에게 한눈에 훅 빠져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탠딩 공연이라는 걸 가보게 되고 그 공연에서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타, 베이스와 드럼연주 모습에 넋을 잃고 그 후 홍대 인근 클럽을 쏘다니며 인디밴드의 공연을 보는 취미를 얻게 되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일본 Bunka 패션스쿨 졸업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졸업
k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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