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청년'서 '아버지'로…원숙해진 피아니스트 김선욱
- 권영미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19개월된 아들이 피아노를 아주 좋아하는데 커서 '음악 전공하겠다' 그러면 정말 싫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 즐거운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꽃미남' 연주자 군단 중 하나로 꼽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28)이 오는 16일과 18일로 예정된 에스토니아 출신 지휘자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의 협연을 앞두고 4일 서울 광화문의 금호아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살짝 흥분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김선욱은 이날 간담회에서 하루 4시간 이상의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자신의 소리를 찾아 제대로 쉬지도 못한 연주자로서의 자신의 인생 여정이 녹록치 않았다는 점을 아들 이야기를 통해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김선욱은 2006년 18세의 나이로 세계적 권위의 리즈 피아노 콩쿠르에서 대회 40년 역사상 ‘최연소’이자 ‘아시아인 최초’의 우승을 거머쥐며 음악가로서 세계무대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동혁, 한국계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 수필가 고(故) 피천득의 손자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등과 함께 꽃미남 연주자로 불려왔다.
하지만 그는 다른 연주자보다 '생각하는 연주자', '피아노의 해석자'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갖고 있다. 기술적 완벽성 뿐 아니라 늘 자신의 곡 해석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는 태도 때문이다. 김선욱은 "스스로가 음악에 설득되지 않으면 연주를 할 수가 없다"며 "청중들도 눈치를 채기 때문에 스스로 100% 확신을 얻기 위해 연습하면서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맞는 건가 하고 늘 되묻는다"고 했다.
그가 음악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복합성'이다. 최근 악센투스 뮤직(ACCENTUS MUSIC) 레이블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두 곡을 수록한 앨범을 냈는데, 건축적 요소가 많은 소나타를 선택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건축적' 해석과 연주를 보인 것도 '복합성'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이번 세번째 앨범에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기술적으로도 공을 많이 들였다. 높은 수준의 음질을 위해 음향과 음색 분야까지 김성욱이 직접 진두지휘했다. "예쁜 소리만 나거나 너무 거친 소리만 나는 것은 선호하지 않습니다. 높고 낮고 중간의 소리가 각각 비중이 맞으면서 균형도 잡히도록 합니다. 한 곡에서 한 가지 맛만 나는 것은 지루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주름잡는 지휘자'로 꼽히는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함께 16일과 18일 연주할 곡은 슈만 피아노 협주곡이다. '슈만 특유의 감정의 낙차'가 표현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엔 2년만에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가질 예정이다.
"피아노는 고형의 물체지만 누가 쳐도 소리가 다 다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곡을 해석하느냐, 자신이 가진 소리를 어떻게 잘 다듬어 표출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독창적인 해석도 되어야 하는 반면 개성이 너무 강하면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이 문제는 평생 연구해나가야 할 문제입니다. 음악가의 삶은 정말 멀고 길어요."
김선욱은 교외에 작은 정원이 딸린 집을 얻고 그 정원에 작은 연습실을 차렸다. 그리고는 하루의 연습이 끝나면 하루종일 보고 싶었던 아들을 보러 발걸음도 가볍게 귀가한다. "예전엔 연주를 마치면 기다리고 있는 여성 팬들이 있었는데 결혼과 함께 사라졌다"고 말하는 그에게 아쉬움은 없어 보였다. 나이가 든 만큼, 아버지가 된 만큼 삶도 음악도 원숙해졌기 때문이다.
"10대에는 언제쯤 제 소리를 찾을 수 있을까를 선배 연주자들에게 묻곤 했는데, 20대 후반이 되니 저만의 색깔이 생기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매일 다른 방향을 모색하며 다르게 연습하고 있습니다. 대답을 찾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파보 예르비,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 김선욱 협연: 12월 16일 19:30 대전 예술의 전당 아트홀, 18일 20:00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가격 5만~25만원. 문의 (02)599-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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