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출신 세계적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 개인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주변적 고찰' 12월1일 개막

ⓒ News1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람객에게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예술가의 작업실이 머릿속을 확장한 곳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제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전시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세계적 거장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60)는 30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눈과 귀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오면 생각을 거쳐서 다시 말과 행동으로 밖으로 나온다"며 "작업실에선 머릿속의 생각이 몸을 움직여서 그림을 그리고 설치작업을 만드는 행동으로 바뀔 뿐"이라고 말했다.

켄트리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의 인종차별과 폭력을 소재로 한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으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후 인문학적 이해와 지식을 바탕으로 음악, 역사, 미술, 공연이 어우러진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의 개인전 '주변적 고찰'이 오는 12월1일부터 내년 3월27일까지 서울관에서 열린다. 국내 최초로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은 초기작부터 최근 작품까지 25년 동안을 아우르는 104점이 전시된다. 개인전 제목 '주변적 고찰'은 작가의 렉처 퍼포먼스에서 가져왔으며 하나의 주제에서 자유롭게 연상되거나 확장되는 사고의 흐름을 뜻한다.

켄트리지의 작품은 2000년 광주비엔날레, 2008년 서울 미디어시티, 페스티벌 봄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소개된 바 있다. 전체 작품 세계를 일람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윌리엄 켄트리지 ⓒ News1

그는 "어지러운 전시장이 사람의 머릿속과 닮아서 좋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각을 거쳐서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처음부터 깔끔하게 정리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외에도 켄트리지는 자신의 작품활동에서 '이미지를 다른 매체로 옮겨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이미지가 목탄으로 그려졌다가 애니메이션으로 옮겨지고 다시 조각작품을 형태를 바꾸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정치적인 면으로만 주목받는 것을 경계했다. "초기작은 남아공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부조리하고 강렬해서 내 머리속으로 침입해 들어왔을 뿐"이라며 "이번 전시작에는 개인적으로 소소한 것부터 정치사회적 목소리를 담은 대형 설치 작업까지 다양하다. 다양한 것들이 뒤섞인 곳이 우리 머릿속이다"고 말했다.

이번 개인전을 기획한 이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복도와 2~4전시실로 나뉜 전시공간을 하나의 나무에 뻗어나온 나뭇가지로 가정했다"며 "연대기 순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상, 조각,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그 뿌리인 초기작을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초기작 '프로젝션을 위한 드로잉' 연작부터 2015년 최근작 '더 달콤하게 춤을'까지 켄트리지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한 영상, 드로잉, 설치, 판화 등 108점 소개된다.

먼저 아프리카공화국의 풍경과 사회상을 담은 목탄 드로잉 애니메이션 '소호와 펠릭스' 연작을 시작으로, 남서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인종학살 사건을 소재로 미니어처 극장을 제작한 '블랙박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니고, 그 말은 내 것이 아니다' 등 대형영상설치 작품들이 음악과 조각, 영상, 드로잉이 어우러진 총체 예술의 면모를 보여준다.

또한 작품과 연계된 드로잉, 오브제들이 함께 전시돼 각 작품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돕는다. 복도 공간에는 2015년에 제작된 8채널 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작품인 '더 달콤하게, 춤을'의 인물들이 행진할 때 사용한 실루엣도 전시된다.

이수정 학예연구사는 "사회와 개인, 폭력과 고통, 기억과 망각, 예술과 정치, 삶과 죽음 등 삶의 주요한 키워드를 관통하는 그의 예술 속에서 그가 던지는 의문과 질문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일인 12월 1일 오후 2시에는 윌리엄 켄트리지와 여러 매체를 통해 국내에 작가를 소개해온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가 함께 진행하는 대담 '전시를 말하다'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예술센터이 공동주최하고 아시아나 항공에서 후원한다.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가격 4000원. 문의 (02)3701-9500.

윌리엄 켄트리지 개인전 '주변적 고찰' 전시 전경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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