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백건우, 10살 꼬마 백건우를 떠올리다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앞두고 음악여정 50주년 회고 기자회견
- 박정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10살 꼬마가 뭘 알겠습니까? 아버지가 시키신 곡을 연주했습니다. 이것저것 연주해서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리그 협주곡 1번'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연주회 끝나니까 어떤 소녀가 꽃다발을 선물한 것이 더 선명합니다."
백건우(70) 피아니스트는 한국 국립 오케스트라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첫 연주회가 열렸던 1955년을 떠올리며 웃었다. 백건우는 스스로 공식 데뷔를 1965년 미국 링컨센터에서 열린 연주회를 꼽는다. 그의 나이 20살이던 청년 시절이다.
그는 순수함을 잃지 않는 소년의 감수성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단 1곡을 연주하더라도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완독하는 열정으로 '건반 위의 수도자'라는 칭호를 부여받았다.
백건우는 오는 17일 시작되는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앞두고 7일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음악을 하려면 마음이 깨끗하고 솔직해야 한다. 옛날부터 그렇게 느꼈다"며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건반을 통해 나오는 음악의 소리를 속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진심으로 음악에 파고들고 진실한 메시지를 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다"며 "요즘은 불행히도 너무 상업화됐다. 쉽게 얘기해 포장된 연주가 많다. 그런 연주는 음악 자체를 위해서는 좋은 것이 아니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연주회는 오는 17일 충남 천안시 천안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18일 경기도 구리시 구리아트홀, 19일 경기도 군포시 군포문화예술회관, 22일 서울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마지막인 23일 인천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올해로 70세를 맞은 그는 "연주하는 데 아직 체력적으로 전혀 부담이 없다"며 "지금 내 나이에 맞는 곡들이 무한대로 많다.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랴빈의 곡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의 프로그램은 스크랴빈(Aleksandr Nikolaevich Skryabin·1872~1915)의 '24개의 전주곡'과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1873~1943)의 '피아노 소나타 1번'으로 구성됐다.
그는 이번 연주의 하이라이트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 1번'을 꼽았다. 1990년대부터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에 관심을 가졌으나 이들의 독주 레퍼토리를 한국에서 연주한 적이 드물었다.
이번 연주곡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곡들이다. 백건우는 "작곡가의 음악 세계가 중요하지 유명도는 따지지 않는다"며 "대표적 사례가 무소르스키다. '전람회의 그림'은 자주 연주되지만, 나머지 곳은 연주가 거의 되지 않는다. 나는 연주되지 않는 곡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백건우는 "스크랴빈은 동양철학에서 볼 수 있는 구도자적인 분위기에다 선과 악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올해는 스크랴빈이 서거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가격 5만~13만원(서울). 문의 (02)599-5743.
art@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