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판 레미제라블…'들풀II'

동학농민혁명 120주년, 극단 모시는사람들 창단 25주년 기념 공연

들풀II.(쇼앤라이프 , 촬영 강선준)© News1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넘쳐나는 상업적인 뮤지컬 속에서 '사회의 거울'이라는 연극다운 연극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신념과 열정으로 뭉친 이들이 올린 뮤지컬 한편이 있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을 기념한 역사창작뮤지컬 '들풀II'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의 창단 25주년 기념작이다.

"일본 아베 정권이 120년 전과 같은 상황을 재현하려 하고 있다. 그때 느낀 위기감을 오늘날에 비춰 본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대처해야 하는 지 방법들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 들풀II가 현재 역사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게 있지 않을까."

김정숙 모시는사람들 대표.(쇼앤라이프 제공, 촬영 황의영)© News1

"20년 전에도 힘겨운 작업이었다. 민간 극단이 쉽게 하기 어려운 대작인데 십시일반으로 준비됐다. 조상들이 해주신 얘기가 오늘을 살아가는데 등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적은 예산이지만 30여 명의 탄탄한 실력파 배우들과 제작진은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며 한국판 '레미제라블'을 만들어 냈다. 커튼콜 후 '동학농민가'를 합창하는 배우들의 표정은 자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배우들의 담백하고 뛰어난 가창력이 더해진 의미있는 가사는 감동과 함께 단촐한 무대와 의상마저 화려하게 전달한다.

"창작 뮤지컬도 이렇게 의미있는 공연을 하나쯤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하는 생각에서 다시 공연하게 됐다. 뮤지컬이 너무 상업적이고 관객 위주 입맛에 맞는 작품이 돼가고 있는데 의미있는 작품도 필요하다 하면서 혼연일체가 돼 열심히 만들었다. 뮤지컬 시장에 가늠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동학농민혁명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권호성 연출).

'들풀II'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갈망과 사람을 위한 질서와 이념을 뿌리 내리고자 싸운, 시대를 뛰어 넘는 민중의 건강한 삶을 되새기는 작품이다. 동학농민혁명이 한참이던 1894년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싸운 농민군의 최대 격전지였던 우금치 전투를 배경으로 부정한 세상, 부조리를 온몸으로 부딪혀 바꿔보고자 했던 농민군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관노로 가장해 농민군에 잠입한 비장 이진엽, 농민군이 된 이진엽을 사랑한 기생 군자홍, 빈농으로 농민군이 된 최판석, 양반의 신분으로 농민군이 돼 갈등하는 임언서, 어린 농민군 귀득이, 무당집 말 못하는 딸 버벙이, 농민군 밥대장 시원네 등 보통사람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 여실히 묻어난다.

공연은 아쉽게도 5일부터 15일까지 과천시민회관에서 단 열흘만 공연한다.

"열흘 밖에 공연을 못하는 데 한달 이상 공연할 수 있게, 관객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 CJ 같은 곳을 만나면 소원이 없겠다. 순회공연 등 좀 더 발전적으로 지속적으로 공연했으면 좋겠다."(김정숙 대표)

8세 이상 관람가이지만 어린이들이 이해하기엔 좀 어려울 수 있겠다. 평일 오후 8시, 주말·공휴일 오후 3시 125분 공연. 월요일은 쉰다. 전석 3만원. 문의 02-743-6487.

들풀II.(쇼앤라이프 제공, 촬영 강선준)© News1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