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10년만의 무대…악극(樂劇) '봄날은 간다'
탄탄한 스토리…명품 연기…주옥같은 가요…따뜻한 향수
- 염지은 기자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서양에 오페라와 뮤지컬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악극(樂劇)이 있다.
1920년대 말 생겨난 우리의 악극은 당대 최고의 볼거리로 일제시대 억눌렸던 민족의 설움을 달래주며 사랑을 받았다. 전쟁 후엔 이산의 아픔과 타향살이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며 우리네 삶과 흘러왔다.
하지만 악극은 현대에 들어 영화, 방송 등 대중문화에 밀려 자취를 감춰 갔다. 1990년대 '중장년층을 위한 최고의 공연', '효도 공연'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 듯 했지만 관객들은 떠났다. 뜻있는 연극인들에 의해 명맥만 유지해 오고 있다.
2003년 초연 후 1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봄날은 간다'는 근래에 보기 드문 '악극' 장르라서 더욱 주목되는 작품이다. 시들어가는 우리의 전통 뮤지컬 '악극'에 대한 부활 의지를 담아 제작진과 대한민국 대표 명품 중년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특히 2014년 '봄날은 간다'는 10년전 신파극 분위기에서 벗어나 뮤지컬을 보는 듯 세련돼 졌다.
12장으로 구성된 향수를 자극하는 무대는 동탁의 집, 그랜드 쇼단, 요정, 서울의 어느 거리, 삼거리 명자의 집, 백운사 등으로 계속 옮겨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떠돌이 이발사인 남편 동탁이 결혼 후 이틀만에 배우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집을 나간후 찾은 그랜드 쇼단의 쇼는 실제 쇼장에 와 있는 듯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월남전에서 아들마저 잃고 절규하는 명자, 여승이 된 오래전 시어머니가 버린 쌍둥이 딸자식과 재회하는 명자, 남편 동탁과의 20여 년 만의 재회, 홀로남은 명자까지. 10장부터 커튼콜 곡까지 일관되게 연주되는 '봄날은 간다'는 역사의 질곡과 우리 어머니의 굴곡진 삶과 한, 한민족의 정서를 잘 드러내 준다.
"새로운 장르의 악극을 보여주겠다는 정신과 마음으로 임했다. 우리 전통연극의 뿌리를 찾고 싶었다. 물질만능시대가 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역사를 모르고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과 인성도 무너져 가고 있다. 부모에 대한 존경심. 자식에 대한 사랑이 다시 꽃피웠으면 하는 마음이다."(김영수 예술감독)
가정의 달 부모님과 가족들과 함께 보기를 적극 추천하고 싶은 작품. 세월호에 울적해진 마음을 달래줄 해피엔딩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공연장이 실버세대들이 찾아가기 쉽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점은 아쉽다.
senajy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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