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에스트로 '마르코 발데리'…"영혼을 담는다"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12월 한국 초연
"순수한 사랑을 하는 여인을 끌어내고 싶다"
"한국 오페라, 리듬·박자만 중요시…노래·멜로디 따라가야"

마르코 발데리.© News1

(서울=뉴스1) 염지은 기자 =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는 한국말로 창녀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마음 안에 진정한 사랑을 하는 아주 순수한 여인을 그리고 있다. 아름다운 음악을 통해 원작을 살려 진정으로 알프레도를 사랑하는, 순수한 사랑을 하는 여인을 끌어내고 싶다."

세계 오페라계의 거장 마르코 발데리(Marco Balderi)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국내최고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과 그랜드오페라단 공동 주최로 한국에서 초연한다.

그는 세계를 돌며 50여회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가졌지만 한국 무대는 처음이다.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오는 12월 12~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 5일 오후 서초동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마르코 발데리는 그만의 라 트라바이타 공연이 갖는 특징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순수한 사랑을 하는 여인으로 그리고 싶다고 했다.

또 한국 라 트라비아타 공연에 대해서는 "보통 베르디를 노래할 때 특히 한국에서는 소리를 자랑으로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 많은데 음악으로 인해 인물이 시대적으로, 심리적으로 갖고 있는 것을 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라 트라비아타는 국내에서 최초로 공연된 오페라로 1948년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椿姬, 동백 아가씨)'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초연됐다. 18세기 프랑스의 파리 상류사회 남성의 사교계 모임에서 공인된 정부(情婦) 역할을 하던 여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와 젊은 귀족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고 있다.

뒤마 피스의 탄탄한 원작과 사교계의 고급 무희라는 획기적인 소재, 짜임새 있는 음악과 아름다운 아리아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다. 축배의 노래(Brindisi), 지난 날이여, 안녕(Addio del passato) 등의 주옥같은 아리아와 중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르코 베르디는 "특히 현악의 아름다운 선율을 잘 살리고 노래도 다이나믹한 요소를 잘 살려 정말 아름다운 오페라로 표현하고 싶다"며 "모든 배역들이 전부 한국분들이다. 아직 그분들을 알지 못하지만 소리를 듣고 이것을 같이 중성화시켜 한사람만 튀는 것이 아니라 같이 모였을 때 음악적으로 화합을 이룰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카라얀 같은 거장들은 지휘를 할 때 딱딱하게 박자만 젓는 게 아니라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팔 동작을 할 때 굉장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부드럽게 음악을 만들기 위한 동작을 할 때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그것을 보면서 자연적으로 음악을 같이 하게 돼 있다. 딱딱한 지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손으로 음악을 만들어내는 지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카라얀에게 사사받았다.)

17살 때 지휘를 시작해 30년 넘게 오페라와 함께 하고 있는 그는 늘 자신의 공연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어떤 공연이든지 영혼을 모두 담아 최선의 힘으로 한다. 공연이 끝날때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공연이 최고다. 오페라를 할 때 그냥 악보만 보고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작곡자가 왜 여기를 이렇게 썼을까, 왜 여기에 이런 말을 연결했을까를 연구한다. 결국은 '작곡가가 이런 맘으로 썼을 것이다'라는 데 도달하게 끔 굉장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하기 때문에 그 당시의 오페라에 항상 매혹돼 산다."

마르코 발데리는1984년부터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적인 지휘 거장들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샤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등과 함께 유럽의 주요 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다.

1992년부터 1996년까지는 피렌체 시립 극장 합창단 상임 지휘자로 활동했으며 잘츠부르크와 알렉산드리아 지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이탈리아, 유럽뿐 아니라 미국, 멕시코, 일본, 한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생으로 루까의 보케리니 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 과정을 수료한 후 피렌체 케루비니 국립음악원에서 합창 지휘, 오르간, 클라비 쳄발로 과정을 마쳤으며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전공했다.

그는 한국 오페라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한국분들이 국제적으로 유명하게 선보일 만큼의 능력을 가졌는데 리듬하고 박자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페라 교향곡은 노래, 멜로디를 따라 가는 게 중요하다. 그 멜로디를 따라 가는 부분이 없다. 그것이 보충된다면 훨씬 좋겠다. 교향곡이라는 것은 말이 빠진 오페라이고 오페라는 말이 들어간 오케스트라다. 아무래도 언어적으로 이해가 부족해 음악을 만드는데 말과 접목되는 점이 부족한 것 같다. 또 한국은 교향곡을 지휘하는 지휘자는 굉장히 수준이 높고 오페라를 지휘하는 지휘자는 수준이 낮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지휘자 자체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잘못된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지휘자로 정명훈씨와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김대진씨를 꼽았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같이 활동했던 지휘자가 정명훈 선생님이다. 정 선생님은 심포니 교향곡의 대가인데 그분의 음악을 대단히 좋아한다. 또 수원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한 적이 있는데 인사만 나눴지만 김대진 선생님의 지휘를 여러번 봤다. 음악에 있어 균형을 잘 맞춰 지휘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좋은 지휘자라고 생각했다. 두 분이 지휘하는 것을 보면 반할 정도다."

1년의 3분의 2를 이탈리아가 아닌 세계 각국에서 오페라와 함께 보내고 있는 그는 한국도 1년에 6~7차례 방문한다. 약 한달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지난 6일 이태리로 출국한 그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위해 내달 2일 다시 한국을 찾는다.

그는 1988년 올림픽에 초대돼 한국 공연을 처음 가졌으며 이후 20년만인 2009년 한국을 다시 찾아 지휘한 국립 오페라단의 노르마와 사랑의 묘약이 극찬을 받으며 이후 매년 한국에서 공연을 갖고 있다. 라 보엠, 토스카, 투란도트 등 다양한 오페라를 선보이고 있다.

senajy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