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방 난임 지원사업, 임신율·안전성 불충분…재원 투입 재검토해야"
대한의사협회·산부인과학회, 공동 기자회견 개최
"난임치료는 전문 의료영역…근거 중심 정책 필요"
- 김규빈 기자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의사단체가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검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방 난임치료 지원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고 나섰다. 난임 치료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위험 의료 영역인 만큼,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공적 재원으로 지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한방 난임치료 문제점 및 지원사업 중단 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입증 없이 추진되는 한방 난임치료는 산모 건강과 태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한방 난임 지원사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먼저 의협은 난임 치료는 개인의 선호 문제를 넘어 고도의 전문성과 안전 관리가 요구되는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시행 중인 한방 난임치료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대규모 임상연구나 무작위 대조시험 근거가 부족하며,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한 자료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과거 보건복지부 연구비 지원으로 진행된 한방 난임 관련 임상연구도 해외 학술지 심사 과정에서 과학성과 임상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게재가 거절된 사례가 있었다"며 "제도화 논의에 앞서 최소한의 과학적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성과 지표에서도 한방 난임치료의 유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의협 등이 제시한 의료정책연구원의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현황 및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103개 지자체에서 4473명이 참여한 한방 난임사업의 임상적 임신율은 12.5%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자연 임신율로 알려진 약 25% 이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의협은 국내외 연구를 인용해 한약 복용과 관련된 심장 독성, 중금속 노출, 유산 위험 증가 가능성이 반복적으로 보고돼 왔다고 밝혔다. 일부 자료에서는 한방 난임치료 사업 참여자의 유산율이 인공수정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이들은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한약재에 대해 임신 중 복용 시 유산이나 태아 기형, 장기 독성 위험이 특히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 한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태아 형성 초기의 취약한 시기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정부와 지자체가 한방 난임 지원사업의 구체적인 성과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 규모와 참여 대상자 수, 치료 기간, 임신 성공률과 출산 결과, 중도 탈락률, 부작용 발생 여부 등 핵심 지표가 체계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공적 재원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국민과 전문가의 검증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자체 중심으로 한방 난임 지원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검증 없이 정책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한방 난임 지원사업의 즉각 중단 △한방 난임치료에 사용되는 약재의 독성과 유산율, 출생아 건강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그 결과의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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