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차 먹고 모발 우수수…'탈모 괴담' 절반 맞고, 절반 틀리다 [메디로그⑪]

"철분 수치 급감했다" 스킨케어 브랜드 창립자의 증언에서 시작돼
적당한 섭취는 두피에 도움…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시킬 가능성도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학진 기자

매일 말차 라떼를 마시기 시작한 이후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는 소비자들의 '말차 후유증'에 관한 증언과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에서 확산된 이 논란은 국내 의료계와 영양학계에서도 관심을 끌며 "건강음료로 알려진 말차가 탈모에 실제 영향을 줄 수 있느냐"는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말차가 직접적으로 모낭을 손상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철분 흡수 저하나 카페인 과다 섭취 등 간접적 요인이 탈모를 악화시킬 가능성은 존재한다.

말차 속 폴리페놀과 탄닌 성분이 철분의 체내 흡수 방해

논란의 출발점은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라나밧 보태닉스'의 창립자 미셸 라나밧의 경험담에서 비롯됐다.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는 "커피 대신 말차로 바꾼 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혈액검사에서 철분 수치가 떨어졌다"며 자신의 건강 변화를 공개했다.

이후 여러 해외 건강 전문 매체와 의학자들이 이를 분석하며 말차 속 폴리페놀과 탄닌이 철분 흡수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함께 영양학적 검증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대 헤더 비올라 교수는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말차에 포함된 폴리페놀과 탄닌 성분이 철분의 체내 흡수를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영향은 '식물성 철분'(흡수율이 낮은 형태, 시금치·콩류·두부 등)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비올라 박사는 "식사 직후 말차를 마실 경우 식물성 철분의 흡수율이 최대 60~70%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거나 빈혈이 있는 사람은 이런 영양소 불균형으로 인해 탈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동물성 철분'(흡수율이 높은 형태, 소고기·간·닭고기 등)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말차나 커피를 식사와 함께 섭취하면 일부 흡수율이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영양학회 관계자 역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철분 결핍은 20~40대 여성에게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있는 탈모 원인 중 하나이며, 식사 후 차나 말차를 함께 마시는 습관은 몸속 철분 보유량(저장 철분 농도)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조언하며 이같은 주장들을 뒷받침했다.

말차는 오랜 세월 일본과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건강 음료로 자리 잡아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웰니스 트렌드'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 '커피보다 부드럽고 집중력이 오래간다'는 인식이 퍼지며, 하루 여러 잔의 말차 라떼를 마시는 '클린 카페인 루틴'이 젊은 세대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과소비 현상에 주의를 당부한다. 말차는 잎 전체를 갈아 마시는 분말 형태이기 때문에 일반 녹차보다 카페인과 유효 성분의 농도가 훨씬 높다. 즉, 건강을 위해 마신 음료가 오히려 몸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유발→탈모 유발

지난 11일 패션 전문지 엘르와 미국 뉴욕포스트를 통해 영양전문가 에이미 샤피로는 "말차 한 잔(1~2g)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일반 녹차보다 훨씬 많고, 이같은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상승해 탈모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 또한 "카페인 과다 섭취는 교감신경을 자극해 혈관을 수축시키며, 그 결과 모근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일시적인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로·수면 부족 상태에서 카페인 음료를 반복 섭취할 경우 이같은 현상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스킨케어 브랜드 '라나밧 보태닉스'의 창립자 미셸 라나밧. 출처=미셸 라나밧 인스타그램
핵심은 균형과 타이밍…적당한 섭취는 두피에 도움

영국의 모발연구소 보고에 따르면, 말차에는 EGCG(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라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 물질은 활성산소를 억제해 두피 염증을 완화하고, 탈모를 일으키는 남성호르몬 유도 효소(DHT)의 생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국내 피부과 전문의들도 "적정량의 말차는 두피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다만 매 식사 직전이나 공복에 마시는 습관만 피하면 부작용 걱정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말차 십습관'으로 △하루 섭취량은 2~3g(약 2컵) 이하 유지 △식사 전후 1~2시간은 피할 것 △철분이 많은 음식(시금치·두부·콩류 등)과 함께 마시지 않기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토마토·딸기·피망 등)을 함께 섭취할 것 △피로·탈모·불면이 동반될 경우 피할 것 등을 권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말차는 여전히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건강 음료다. 다만 한국인처럼 빈혈과 스트레스, 수면 부족이 잦은 환경에서는 섭취 시기와 양을 조금 더 신중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마시느냐'보다 어떻게 마시느냐다. 적정량의 말차는 모발 건강은 물론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