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한, 국회에서 정부 관료들에게 오물 투척 [김정한의 역사&오늘]
1966년 9월 22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66년 9월 22일 오전, 김두한 의원이 국회에서 오물을 투척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태평로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연단에 오른 한국독립당 김두한 의원은 사카린 밀수 사건의 몸통을 비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관료들을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포문을 열었다.
사건의 발단은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계열사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 사태였다. 건축 자재 수입을 핑계로 일본 도요공학에서 사카린 원료 2259포대(약 55톤)를 비료 원료로 위장해 밀반입한 뒤, 암시장에 넘겨 폭리를 취하려다 적발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고, 박정희 정권 실세들이 비호하며 정치자금을 챙겼다는 의혹 속에 민심은 분노했다.
김두한은 정부의 기만적인 답변을 비판하다가 준비해 온 신문지 포장을 뜯어냈다. 상자 안에는 악취 나는 인분이 양철통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사카린 밀수를 공모하고 비호한 정권에 내리는 국민의 심판이다"라며 국무위원석을 향해 오물을 끼얹었다.
국회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악취와 비명이 뒤엉킨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오물을 뒤집어쓴 각료들은 줄행랑을 쳤고 경위들이 달려들어 김두한을 제압했다. 김두한은 현장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이 충격적인 오물 세례는 권력과 재벌의 야합에 치명타를 날렸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정일권 내각 역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김두한이 던진 오물은 밀실 정경유착의 치부를 세상에 백일하에 드러낸 독보적인 정치적 폭탄이었다.
의회주의 훼손이라는 비판도 따랐으나, 뻔뻔한 부패 권력에 짓눌려 있던 민심은 그의 파격적인 기행에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호응했다. 특혜 뒤에 숨은 기득권과 국민을 기만하던 권력을 향해 던진 오물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민심을 외면하는 불의한 권력은 언젠가 가장 비참하고 굴욕적인 방식으로 심판받는다는 진리가 지금도 서늘한 경종을 울린다.
acenes@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