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립 날 한글맞춤법 통일안 발표 [김정한의 역사&오늘]

1948년 8월 15일

개정한 한글맞춤법통일안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e뮤지엄, KOGL Type 1 <http://www.kogl.or.kr/info/licenseType1.do>,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선포와 발맞추어 조선어학회(현 한글학회)가 다듬은 '개정한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전문이 한글판으로 발간됐다. 이는 잃어버렸던 국권을 되찾고 자주독립 국가로서 우리말과 글의 온전한 표기 체계를 대내외에 천명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맞춤법 통일의 뿌리는 엄혹했던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의 극심한 민족말살 정책과 한국어 탄압 속에서 국어학자들은 말을 지키는 것이 곧 독립운동이라는 신념으로 1933년 최초의 통일안을 제정했다. 조선어학회 사건 등 혹독한 옥고와 고문 속에서도 목숨을 바쳐 연구 원고를 지켜냈다.

1945년 광복을 맞았으나 식민 지배의 잔재와 극심한 사회적 혼란 속에 언어와 문자 생활의 통일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전 국민이 우리 글을 올바르게 읽고 쓸 수 있는 공교육의 기틀이 절실했다. 이에 학회는 일제 말기의 공백을 메우고 새 시대에 걸맞은 맞춤법 개정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1948년 개정판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한다'는 형태주의 대원칙을 더욱 확고히 다졌다. 띄어쓰기 규정을 명확히 정비하고 한자 혼용을 탈피해 한글 전용의 실용성을 대폭 높였다. 이는 훈민정음 창제 정신의 과학적 우수성을 근대 언어 규범으로 온전히 구현해 낸 쾌거였다.

이 통일안은 새롭게 출범한 대한민국 정부의 공문서 작성과 교과서 편찬의 확고한 표준이 됐다. 통일된 맞춤법을 토대로 전국적인 문맹 퇴치 운동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으며, 온 국민이 동일한 문자 체계 아래 지식을 습득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학습하는 결정적인 사회적 발판이 마련됐다.

정부 수립과 궤를 같이하며 공표된 한글맞춤법 통일안은 민족의 언어 주권을 바로 세운 문화적 독립 선언이었다. 칠흑 같은 암흑기를 뚫고 글을 지켜낸 선열들의 고귀한 헌신은 오늘날 세계적 문화 강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 지식 생태계의 굳건한 뿌리로 살아 숨 쉬고 있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