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전환 [김정한의 역사&오늘]
1946년 6월 2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46년 6월 2일, 이탈리아 국민들은 역사의 거대한 갈림길에서 중요한 선택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과 파시즘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국민투표를 통해 이탈리아는 수백 년간 이어진 군주제를 폐지하고 민주공화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이로써 사보이아 왕가는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이탈리아 국민들이 군주제 폐지를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사보이아 왕가의 실책에 있었다.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 장악을 묵인했고, 이탈리아를 파멸적인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이끌었다. 전쟁 말기인 1943년, 국왕은 뒤늦게 무솔리니를 해임하고 연합국에 항복했으나, 로마를 버리고 남부로 도주해 국민들의 신뢰를 상실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 국왕은 왕정을 지키기 위해 아들 움베르토 2세에게 왕위를 물려주며 승부수를 던졌으나, 이미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민투표 결과는 공화제 지지 약 54%, 군주제 유지 지지 약 46%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공화제의 승리였으나,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지역적 균열을 드러냈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반파시즘 레지스탕스 운동이 활발했던 북부 지역은 공화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반면,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의 남부 지역은 군주제 유지를 원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움베르토 2세는 결과를 수용하고 포르투갈로 망명길에 올랐다. 이로써 단 34일간의 재위를 끝으로 이탈리아의 군주제는 종식을 고했다. 이탈리아의 공화제 전환은 단순한 정체(政體)의 변화를 넘어, 파시즘과 전쟁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국민적 결단이었다.
투표 직후 제정된 신헌법은 사보이아 왕가 남성 후손의 이탈리아 영토 입국을 금지하는 등 과거와의 단절을 명확히 했다. '6월 2일'은 오늘날까지 '공화국의 날'(Festa della Repubblica)로 지정되어 기념된다. 이날은 이탈리아가 주권을 군주가 아닌 국민의 손으로 되찾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환점이 된 날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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