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영혼을 노래한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탄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877년 5월 26일

이사도라 덩컨 (출처: Bain News Service,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77년 5월 2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현대 무용의 개척자이자 '현대 무용의 어머니'로 불리는 이사도라 덩컨이 출생했다. 고전 발레의 틀을 과감히 깨부수고, 인간 본연의 자유로운 감정을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무용 예술의 지평을 연 인물이다.

덩컨이 활동하던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과 미국의 무용계를 지배하던 것은 정형화된 동작과 인위적인 기교를 중시하는 고전 발레였다. 덩컨은 발레의 꽉 끼는 코르셋과 튀튀(Tutu), 그리고 발끝으로만 서야 하는 토슈즈가 인간의 신체를 구속하고 자연스러운 감정 표현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과감하게 코르셋과 토슈즈를 벗어던졌다. 맨발에 고대 그리스의 튜닉을 연상시키는 가볍고 헐렁한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머리와 맨발로 무대를 누비는 그의 모습은 당시 문화계에 엄청난 시각적 충격과 신선한 파격을 선사했다.

덩컨의 업적은 의상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무용의 영혼이 인간의 내면과 자연의 순리에 있다고 믿었다. 파도의 움직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중력에 순응하고 반발하는 신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무용 이론의 기초로 삼았다.

또한 당시 무용 반주 음악으로 잘 쓰이지 않던 쇼팽, 베토벤, 차이콥스키 등의 고전 명곡을 무용에 도입했다. 음악을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영혼의 울림으로 해석하고, 이에 맞춰 즉흥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춤을 선보였다. 그의 춤은 인간 내면의 기쁨, 슬픔, 투쟁, 자유를 날것 그대로 표현한 하나의 시(詩)였다.

덩컨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큰 환호성을 받았다.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지에 무용 학교를 설립해 자신의 예술 철학을 후대에 전파하는 데 힘썼다. 그의 혁명적인 시도는 이후 루이 풀러, 데니스 쇼언 등으로 이어지며 20세기 '현대 무용'이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가 탄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927년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덩컨은 온몸으로 자유를 외친 예술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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