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우즈벡서 더욱 높아진 '고려인' 위상…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22일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과 고려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글 백일장과 한식 요리 경연대회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22일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과 고려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글 백일장과 한식 요리 경연대회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타슈켄트=뉴스1) 김정한 기자 = 중앙아시아의 중심 우즈베키스탄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의 새로운 가치가 피어나고 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란 다양한 이유로 한반도를 떠나 전 세계 각지에 정착하여 살아가고 있는 한민족과 그 공동체 및 이들의 이주 역사 전체를 뜻한다. 우즈베키스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고려인' 동포들도 바로 그 주인공이다. 최근 한류 열풍에 힘입은 고려인 사회의 위상 격상은 이들이 얼마나 소중한 인적 자산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역사에는 눈물과 고통이 담겨있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명령으로 고려인들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버려졌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특유의 부지런함과 강인함으로 살아남았다. 맨손으로 땅을 일궈 소련 최고의 농장을 만들었다. 자녀 교육에 헌신해 후손들을 의사, 과학자, 정치인 등 현지 사회 엘리트 계층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들의 위상은 또 한 번 크게 도약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전파 거점인 '타슈켄트 세종학당'이 있다. 주목할 점은 우즈베키스탄 세종학당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현지 청소년들로 가득 차고 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인들의 사회적 위상도 함께 올라가고 있다.

고려인들도 한국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현지 언어와 문화에 능통한 고려인 비즈니스 리더들은 한국 기업이 중앙아시아에 진출할 때 독보적 파트너 역할을 해 왔다. 또한 다양한 문화사업 전개에도 참여했다. 한국에 들어온 고려인들 역시 국내 산업 현장 곳곳에서 부족한 인럭을 채우고 있다.

22일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과 고려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글 백일장과 한식 요리 경연대회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를 가졌다. 한글 백일장에서 우승한 허 율리안 학생이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뉴스1 김정한 기자

고려인들의 현지 위상이 높아진 데는 한국 정부의 꾸준한 지원 정책과 함께, 민간 차원의 헌신적 노력도 있었다. 사단법인 통일문화연구원은 '통일과 나눔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현지 고려인 인재들을 키워내고 있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젊은 고려인 중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오랜 세월 러시아어와 현지어에 익숙해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가치를 진정으로 재발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거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고려인 동포들이 한국어와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민관 협력을 통해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 그들이 현지와 한국 양국에서 미래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게 더 따뜻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할 때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