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오페라 부파 '피가로의 결혼', 초연 [김정한의 역사&오늘]
1786년 5월 1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786년 5월 1일, 오스트리아 빈의 부르크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천재 작곡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새로운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 오페라는 보마르셰의 원작 희곡을 바탕으로 로렌초 다 폰테가 대본을 썼다. 원작이 프랑스에서 혁명의 불씨가 될 만큼 불온한 작품으로 취급받아 상연이 금지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모차르트의 이 같은 행보는 대단히 파격적이었다.
극은 백작의 하인인 피가로가 자신의 약혼녀 수잔나를 가로채려는 바람둥이 알마비바 백작의 음모를 지혜롭게 물리치는 과정을 다뤘다. 하인이 주인보다 영리하게 묘사되고, 봉건적 특권인 '초야권'을 비판하는 내용은 기존 기득권층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음악적으로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 부파의 정점을 보여줬다. 모차르트는 각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한 멜로디에 담아냈으며, 여러 인물이 동시에 노래하는 중창을 통해 극적 전개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3막에서 백작 부인과 수잔나가 함께 부르는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는 인간 내면의 용서와 화해를 우아한 선율로 승화시켰다.
작품이 다루는 메시지는 매우 날카로웠다. 신분과 관계없이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감정을 가지며, 부당한 권력은 풍자와 해학으로 극복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경직된 유럽 봉건 사회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초연 현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많은 아리아가 앙코르 요청을 받았다. 관객들은 모차르트의 천재적인 선율과 통쾌한 서사에 환호했다. 비록 귀족들 사이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음악이 가진 진실한 힘이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음을 증명했다. 왕관 뒤에 숨은 인간의 나약함을 폭로하고, 낡은 가치관의 종말을 예고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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