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탄생 [김정한의 역사&오늘]

1913년 4월 3일

김환기. (출처: 동아일보, 1935,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13년 4월 3일, 전라남도 신안군 기좌도(현 안좌면)에서 한국 현대미술사의 거목 김환기가 태어났다. 그는 한국적 서정주의를 바탕으로 동양의 관조적 세계관을 서구의 추상 화법에 녹여내며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는 위상을 세웠다.

김환기의 예술 여정은 일본 유학 시절을 거쳐 파리, 서울, 그리고 뉴욕 시기로 나뉜다. 초기에는 백자 항아리, 달, 산, 사슴 등 한국적인 소재를 반추상적인 형태로 구현하며 고유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1950년대 파리 시절을 지나며 그의 화면은 더욱 단순화되었고, 서구적 모더니즘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적인 색채와 질감을 놓지 않았다.

그의 예술적 정점은 1963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이후 완성된 '전면점화'(全面點畵) 시기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현대미술의 각축장에서 김환기는 캔버스 전체를 무수한 점으로 채워 나가는 독창적인 화업을 일궈냈다. 캔버스 위에 스며드는 물감의 농담을 활용한 점들은 마치 밤하늘의 성좌나 끝없는 우주의 물결을 연상시킨다.

특히 1970년에 제작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그의 절친했던 시인 김광섭의 시구에서 제목을 따온 것으로, 그리운 이들과 고국에 대한 향수를 점 하나하나에 투영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서구의 미니멀리즘과는 궤를 달리하며,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깊이를 담아내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환기의 작품은 현재 한국 미술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전면점화 시리즈는 한국 현대미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지표가 되고 있다.

1974년 뉴욕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붓을 놓지 않았던 그는 서구 사조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어떻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했다. 자연과 인간, 그리고 우주를 하나로 연결하고자 했던 거장의 예술혼이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울림은 여전히 깊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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