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카이로에서 오페라 '아이다' 초연 [김정한의 역사&오늘]
1871년 12월 24일
-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871년 12월 24일, 이집트 카이로의 카디비알 오페라 하우스에서 이탈리아의 거장 주세페 베르디의 신작 오페라 '아이다'(Aida)가 베일을 벗었다.
아이다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사랑과 조국 사이의 갈등을 그린 대서사시다. 수에즈 운하 개통과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이집트 국왕의 의뢰로 만들어졌다. 공연의 막이 오르자 무대 위에는 수천 년 전 파라오의 시대가 고스란히 재현됐다.
이야기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이나 신분을 숨긴 채 노예가 된 '아이다'와 그녀를 사랑하는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 그리고 그를 짝사랑하는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 사이의 엇갈린 운명을 다뤘다. 베르디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적인 서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집트의 이국적인 색채와 웅장한 관현악법을 조화시켜 음악적 지평을 넓혔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지점은 단연 2막의 '개선 장면'이었다. 무대를 가득 메운 수백 명의 출연진과 실제 말들이 동원된 행진은 관객들을 압도했다. 특히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 제작된 '아이다 트럼펫'의 금빛 선율이 울려 퍼지는 순간, 객석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초연은 순탄치 않았다. 프러시아-프랑스 전쟁의 여파로 파리에 고립됐던 무대 의상과 소품들이 제때 도착하지 못해 공연이 1년 넘게 지연됐다. 베르디 본인도 카이로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휘봉을 잡은 조반니 보테시니의 열정적인 리드 아래 성악가들은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아이다에 대한 명성은 곧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지하 무덤에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두 주인공의 마지막 이중창은,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선 깊은 인간적 울림을 남겼다. 오페라 '아이다'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서사시로 역사에 각인됐으며 오늘날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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