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고궁 9차례 사적 유용…국가유산청장 공식 사과(종합)

[국감현장]

22일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김건희 전 여사와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이 서울 경복궁 경회루를 비공개로 방문한 모습. (양문석 의원실이 주진우 기자로부터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2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창덕궁, 경복궁, 비원 등 고궁을 총 9차례 비공식 방문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허민 청장은 "국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사적 행위이고, 어느 누구도 해서는 안 될 특혜"라며 "국가유산을 보존·관리하는 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사안의 심각성으로 저희들도 지금 법무감사팀을 보강하고 있다"며 "특검과 별도로 지금 (감사를) 하고 있다"며 "이를 교훈 삼아 국가유산을 더욱 철저히 관리하고 규정을 엄격하게 다시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이날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어좌 착석, 종묘 신실 관람,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출입 등 '국가유산 사유화' 논란이 집중 거론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비공개 방문 당시 동행했던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과 정용석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2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교흥 문체위 위원장은 "총 15회 방문 중에서 공식적인 행사를 빼면 아홉 번을 개인적으로 다녀갔다"며 "고궁을 내 집처엄 왔다갔는데 총괄했던 문체비서관이 드러난 것 이외에 전혀 모른다고 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보에 따르면 2023년 2월 김건희 씨가 창덕궁을 방문했을 당시 구두를 신은 채로 인정전 어좌에 앉았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2월에 창덕궁 인정전 어좌에 앉았으니 (알려진대로) 9월에 경복궁 어좌에 못 앉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 고궁 해설사가 김건희 씨 방문 당시 해설한 해설 일지에 VIP라고 적혀 있었다"고 밝혔다.

임오경,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2023년 3월2일 경복궁 경내 국립고궁박물관을 방문해 제2수장고에 10여분간 방문했다.

제2수장고에는 귀중한 기록물들이 다수 보관돼 있어 출입이 통제되며 7~8단계의 보안 검색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고궁박물관은 김건희 여사가 방문한 제2수장고를 지금껏 공개한 바 없다.

김 여사는 사흘 뒤인 3월5일오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고궁박물관과 경복궁을 다시 방문했다. 이들은 일반인 통제구역인 경회루 2층, 향원정, 건청궁을 차례로 들렀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News1 이승배 기자

김건희 여사는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과 함께 휴궁일인 2023년 9월12일 경복궁을 방문해 국보 223호 근정전에 들어간 뒤 어좌에 앉은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없이 방문했으나 경복궁 상황실 관리 일지에는 '브이아이피(VIP)'로 표기됐다.

조계원 의원은 "김건희의 발길만 닿으면 종묘가 카페가 되고, 어좌는 개인 소파로 전락하고, 박물관 수장고는 개인 서재로, 명성황후 침전은 침실로 취급된다"고 질책했다.

양문석 의원은 용산 대통령실의 천장그림을 경복궁의 천정그림과 흡사하게 표현했다고 지적하기도했다. 양 의원은 "대통령실을 왕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국가유산청이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 가옥'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한 것에 대해 격려도 이어졌다.

박수현 의원은 "민주주의 투쟁의 전략이 논의되고 역사적 결단이 내려진 현장에 대해 그 가치를 인정하는 조치가 취해진 것에 대해서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유산으로 등록이 되면 마포구 김대중 평화센터, 김대중 재단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 협의를 통해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천장 그림(왼쪽)과 경복궁 천장 그림

ar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