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뮤지컬, 토니상 6관왕→여제들의 연극 귀환 [상반기 결산-공연]

'어쩌면 해피엔딩', 작품·각본·음악 등 6관왕
연극 '헤다 가블러'로 돌아온 이영애·이혜영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박천휴 작가.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토종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美토니상 제패

올 상반기 국내 공연계 최대 이슈는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6관왕' 수상이었다. 이 작품은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각본상·연출상 등 총 6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케이(K)-뮤지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윌휴 콤비'로 알려진 윌 애런슨(44) 작곡가와 박천휴(42) 작가가 함께 만든 첫 창작품. 두 사람은 2008년 뉴욕대(NYU)에서 처음 만나 17년째 '창작 파트너'로 호흡을 이어오고 있다. 이 작품의 국내 초·재연 연출을 맡았던 김동연은 토니상 수상 배경에 대해 "'윌휴'의 협업이 결정적이었다"며 "좋은 음악, 좋은 스토리, 좋은 가사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작품성은 빠르게 진가를 드러냈다. 2016년 초연 후 이듬해 예그린뮤지컬어워드 4관왕, 2018년 한국뮤지컬어워즈 6관왕을 차지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얻었다.

9일 오전(한국 시각)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음악상(Best Score)과 각본상(Best Book of a Musical)을 받은 박천휴(왼쪽)와 윌 애런슨이 활짝 웃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수영 기자

수상 행렬은 미국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제89회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제91회 미국 '드라마 리그 어워즈'와 '드라마데스크 어워즈'까지 석권하며 '어쩌면 해피엔딩'의 이름을 미국 공연계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지난해 11월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개막 전만 해도 작품의 성공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천휴 작가는 토니상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이 잘 안될 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유명한 원작도 없고, 한국을 배경으로 한 로봇 이야기라는 점이 이유였다"고 했다. 그러나 "관객들은 오히려 그런 점들을 참신하게 봐주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약점이 될 만한 요소들이 되레 성공 비결이 된 셈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제78회 토니상에서 '어쩌면 해피엔딩'이 수상한 것은, 한국 뮤지컬 시장이 '글로벌 생산 기지'로서 일정 수준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K-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하려면 중장기적인 계획과 안목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함께 안겨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은 작기 때문에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지향하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우수한 창작 인력이 계속 뮤지컬에 뛰어들고 있는데, 앞으로 보다 강력한 정부의 지원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 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이영애·이혜영, 연극 '헤다 가블러'로 무대 귀환

연극계는 '여제들의 무대 귀환'으로 뜨거웠다. 배우 이영애(54)와 이혜영(63)이 연극 '헤다 가블러'의 주인공 '헤다' 역으로 나란히 무대에 복귀한 것. 이영애는 LG아트센터, 이혜영은 국립극단 무대에서 각기 다른 매력의 헤다를 선보이며 5월부터 이달 초까지 관객과 만났다.

이영애의 연극 출연은 무려 32년 만이었다. 그는 '헤다'에 끌린 이유에 대해 "헤다의 매력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배우라면 누구나 이 역에 도전하고 싶을 것 같다"며 "헤다라는 캐릭터는 '정답이 없는 여자'이기에, 새로운 헤다의 모습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밝혔다.

배우 이혜영.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이혜영은 8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다. 헤다 역은 13년 만의 재도전이다. 이 작품은 2012년 초연 후 그에게 제5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여자 연기상, 제49회 동아연극상 여자 연기상을 안겼다. 그는 "초연에서 부족했던 점을 완성하고 싶어 재도전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 감독에 선임된 정명훈 지휘자. 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정명훈, 247년 역사 '라 스칼라' 음악감독 선임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 정명훈(72)은 지난 5월,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인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동양인이 이 극장의 음악감독직을 맡는 것은 247년 역사상 처음이다. 정명훈은 2027년부터 이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을 이끌게 된다.

정명훈은 음악감독 선임 후 부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 스칼라 극장과는 36년간 사랑하며 지내다 갑자기 결혼하게 된 격"이라며 "그동안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직을 제안해도 거절했는데, 라 스칼라 극장만큼은 거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명훈은 오는 9월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으로 '신혼여행'을 온다. 음악감독 선임 이후 처음 함께하는 투어다. 9월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르디, 라흐마니노프, 차이콥스키 작품을 선보일 예정. 정명훈과 라 스칼라의 오랜 음악적 인연이 한국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 기대를 모은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