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부상에 기회 잡은 POB의 차세대 간판, 새로운 '별' 등극(종합)
'솔리스트' 기욤 디옵, 11일 낮 공연 후 '수석무용수' 임명
'제1무용수' 건너 뛴 초고속 승격…황홀함의 연속 '지젤'
- 조재현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우리 파리 오페라 발레 무용수들에겐 공연 후 관객들과 나누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에투알' 지명이라는 꿈이 실현되는 순간입니다."
11일 LG아트센터 서울.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 오페라 발레(POB)의 '지젤' 오후 2시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커튼콜 무대에선 힘찬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지젤 역의 도로테 질베르와 알브레히트 역의 기욤 디옵을 필두로 POB 단원들이 보여준 환상적인 연기에 대한 화답이었다.
박수가 잦아들 즈음 환호성이 다시 한번 터졌다. 호세 마르티네즈 POB 예술감독이 무대에 올라서다. 그는 8일부터 시작된 서울 공연을 뜨겁게 맞아준 관객, 그리고 단원과 공연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
"오늘 POB의 총감독인 알렉산더 니프와는 함께 할수 없었지만, 그의 동의를 얻어 기욤 디옵을 에투알로 임명합니다."
2018년 POB에 입단 후 차세대 간판으로 떠오른 기욤이 POB의 18번째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되는 순간이었다.
파리 오페라 발레에는 '카드리유'(군무진)→'코리페'(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프리미에 당쇠르·당쇠즈'(제1무용수)→'에투알' 등 5단계의 등급이 있다. 이 중 파리 오페라 발레의 '별'로도 불리는 에투알은 엄격한 승급 심사를 통해 제한된 인원만이 얻는 호칭이다. 에투알 지명은 곧 세계적인 무용수라는 일종의 훈장과도 같다.
기욤은 특히 프리미에 당쇠르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에투알로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8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한 기욤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22년 코리페로 도약한 뒤 1년 만인 올해 쉬제로 승급하며 주목받았다. 특히 2021년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역으로 발탁되는 등 전례 없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다.
에투알에 호명되자 앳된 얼굴의 차세대 스타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곤 이날 무대를 함께 빛낸 도로테, 마르티네즈 예술감독과 차례로 포옹하며 기쁨을 나눴다.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 관객들 역시 뜨거운 축하를 보냈다.
이날 기욤의 에투알 임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POB가 자국 공연이 아닌 해외 공연에서 에투알을 지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연간 190회에 달하는 자국 공연으로 좀처럼 해외 투어에 나서기 힘든 상황인 만큼 관객들 역시 진귀한 경험을 했다. 그는 POB의 첫 흑인 에투알이기도 하다.
30년 전 세종문화회관 '지젤' 공연 때 무용수로 무대에 섰던 마르티네즈가 예술감독으로 부임, 서울에서 새로운 에투알을 직접 호명했다는 점 역시 의미를 더했다.
기욤은 이번 공연에서 지젤과 사랑에 빠지는 알브레히트를 처음 연기했다. 애초 알브레히트 역을 맡기로 했던 위고 마르샹의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잡은 기회인데, 에투알 승급이라는 겹경사를 누리게 됐다.
무대 위 기욤은 'POB의 간판' 도로테와 견줘 손색이 없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무대를 오가고, 차원이 다른 공중 연기를 선보이면서도 섬세한 감정을 표정에 녹여내는 모습이었다. 도로테 또한 사랑하는 남자에게 배신당했지만 끝끝내 그를 지키려 노력하는 지젤의 심경 변화를 우아한 몸짓으로 풀어갔다.
특히 공연의 백미로 꼽히는 2막 '윌리들의 군무'를 소화한 30여 명의 여성 무용수들은 완벽한 몸놀림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끌어냈다. 한편, 2021년 동양인 최초로 에투알에 지명된 한국인 단원 박세은은 출산으로 이번 공연에 함께하지 못했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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