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개인의 기질 탓?…풍요의 시대, 무엇인 가난인가 [신간]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뉴스1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뉴스1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당장 먹을 게 없거나 잘 곳이 없다 vs. 원하는 브랜드에서 물건을 사지 못한다.

무엇이 진정한 가난일까. '하우스푸어', '카푸어'도 진정 가난하다고 볼 수 있을까.

오랜 시간 빈곤을 연구한 학자이자, 현재 영국 노동당 상원의원인 루스 리스터는 책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에서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고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저자는 '가난한 나라에나 부유한 나라에나 여전히 빈곤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이 존재한다'는 문장으로 책을 연다.

가난은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에만 존재하거나 전쟁 시기 같은 특정 시대에만 갇힌 개념이 아니라는 의미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도 빈곤 상태를 오가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국가의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개인들이 얼마나 쉽게 빈곤 상태를 오갈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

시대에 따라 빈곤 여부를 결정하는 필수재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뀐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없게 되자,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어린이의 기본적인 교육권을 위한 필수재가 된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역,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정의가 필요하고, 그 정의에 따른 빈곤 측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실효성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해서는 숫자로만 표현되는 빈곤 측정이 아니라 빈곤 상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빈곤 문제를 인권과 시민권, 행복과 인간 번영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가난과 빈민에 대한 혐오적인 편견과 시선은 반복적으로 빈곤을 개인의 기질, 성향의 문제로 돌리며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지운다.

하지만 저자는 빈곤이라는 결과를 만드는 원인은 사회, 문화와 같은 구조가 큰 영향을 미치며 개인의 행위 역시 구조 안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루스 리스터 지음 / 장상미 옮김 / 갈라파고스 / 1만8500원

cho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