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바라보며 삶을 조각하다
예술의전당서 알베르토 자코메티 '걸어가는 사람' 전
4월15일까지 '로타르 좌상' 등 120여점 전시
- 여태경 기자
(서울=뉴스1) 여태경 기자 =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매일 탄생의 기적을 경험한다."(알베르토 자코메티, '죽음에 관한 성찰' 인터뷰 중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는 평생에 걸쳐 조각에 인간의 영혼을 불어넣으려고 애쓴 작가다. 지난달 21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 12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그의 대표작인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과 죽기 전 마지막 조각작품인 '로타르 좌상', 마지막 페인팅 작품인 '자크 뒤팽' 등이 한국을 찾았다.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된 것이다.
'걸어가는 사람'을 마주하면 유령과도 같은 형상에서 고단함 삶 한 가운데를 묵묵히 걸어가는 극한에 놓인 인간의 고독이 그대로 전해진다.
프랑스 작가 장 주네는 "자코메티는 같은 시대 사람들을 위해서도,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작품을 만들지 않는다. 최소한 죽은 자들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상(像)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코메티가 죽음과 인간의 본질에 매달리게 된 계기는 20대 때 떠난 이탈리아 여행에서 목격한 친구의 죽음이었다.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평생 불을 끄지 못한 채 잠이 들 정도로 죽음을 두려워 하면서도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발한발 걸음을 내디뎠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알베르토 자코메티)
자코메티의 마지막 작품이자 그의 무덤앞에 바쳐진 로타르 좌상의 원본 석고상과 청동상도 볼 수 있다. 마지막 모델이 된 엘리 로타르는 유명한 사진작가였지만 2차 대전 이후 술에 빠져 살았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로타르의 그런 얼굴에서 슬픔과 상처와 인간의 본질을 포착했다.
마지막 페이팅 작품인 '자크 뒤팽'과 자코메티가 자크 뒤팽을 완성해 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자코메티는 '걸어가는 사람'이 2010년 마지막 경매에서 1200억원에 낙찰되며 이전 최고 경매가인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누를 정도로 성공한 예술가였지만 평생 7평 정도의 작업실 공간에 머무르며 낡은 작업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채우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걷어내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암의 재발, 과로, 심장질환 등에 시달린 자코메티는 1966년 1월 11일 숨을 거둔다. 그는 평생 동생 디에고와 아내 아네트 등 많은 인물들을 모델로 작품을 창조했지만 그 모든 작업이 결국은 자코메티 자신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4월15일까지 이어진다. 관람료 8000~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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