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제의 먹거리 이야기] 여름 삼치 맛보셨나요?

전호제 셰프

전호제 셰프

내가 어릴 적 고등어, 임연수어 반찬은 식탁을 떠나지 않았다. 고기가 귀하니 생선이 단백질 공급원 중 하나였다. 요즘 생선구이 집에 가면 어릴 적 추억이 생각난다. 아마도 밥반찬으로 생선을 많이 먹던 세대의 취향이 이어진 것이 아닐지 생각도 든다. 생선구이 집에 메뉴로 삼치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생선보다는 비싸지만, 갈치보다는 저렴한 딱 중간 정도다.

평범하지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은 그 자리에 삼치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지난해부터 삼치가 마트에서 자주 보였다. 깔끔하게 손질돼 먹기 편하고 가격 대비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가성비가 좋다. 삼치를 회로 먹는 건 쉽게 접할 수는 없지만 요리용 삼치는 가까운 마트에서도 가능하다.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생선

요즘 삼치가 많이 잡히게 된 건 예전보다 해수면 온도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만 주변 바다에 살다가 수온이 오르면서 우리 서해와 남해로 북상했고, 특히 서해의 어획량이 많이 늘었다.

늘어난 어획량으로 어업 정책도 변화가 생겼다. 원래 삼치의 금어기는 5월 한 달이었다. 서해안에서 이 시기를 4월 10일~5월 10일로 조정했다. 지난달 내가 마트에서 삼치를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은 한 팩에 대략 3분의 1토막을 담아 1만원이 안 됐다.

마트에 진열된 삼치. (뉴스1DB) ⓒ 뉴스1 안은나 기자
기후변화로 우리 해안의 어획량 늘어

삼치의 모양은 꼬리 양쪽에 톱니처럼 생긴 토막지느러미가 있고 회색 반점이 나 있다. 영어로는 'Spanish Mackerel'이라고 한다. 양식 주방에서는 소금과 설탕을 섞어 절여서(Curing) 얇게 썰어 낸다. 기름기가 있는 생선이기에 아삭한 식감을 주는 램프(Ramp) 피클과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린다(Ramp는 봄에 나는 산마늘의 일종으로 우리의 데친 파처럼 먹을 수 있다). 작은 삼치는 통으로 마늘과 올리브오일로 속을 채우고 포일에 싸서 구워 먹기도 한다.

밥도둑처럼 간장, 생강으로 찜을 하면 간간하게 먹기 좋다. 무를 바닥에 깔고 조려서 함께 낸다. 부드러운 살에 소스가 잘 스며든다. 소금을 뿌려 팬에 구워도 촉촉한 살은 비싼 식당에서 화이트 와인과 함께 즐기는 생선스테이크가 부럽지 않다.

살이 부드럽고 촉촉한 삼치

우리나라에서는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생선이지만 대만에서 삼치는 없어서 못 먹는 귀한 생선이다. 대만의 명절인 구정이 되면 가격이 올라 큰 삼치는 우리 돈으로 48만 원까지 한다. 겨울철 삼치를 대만에서는 백금(White Gold)이라고 부른다니 놀랍기도 하다. 대만 남부에서는 바싹하게 삼치를 튀겨내어 걸쭉한 국물에 면과 함께 먹는다.

기후변화로 대만에서 삼치의 어획량이 줄어들자 양식으로 키워 보려는 시도가 생겼다. 그러나 삼치의 성질상 영역이 침범받는 것을 싫어해 서로 물어 죽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숨을 쉬기 위해 항상 움직여야 하니 탱크 밖으로 튀어 나가 양식화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2023년에 세계 최초로 인공양식에 이르렀다. 성체 삼치의 알을 받아 인공부화를 시킨 후 지상 양식장에서 600일 정도 키우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완전한 양식 삼치를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마트에서 손질해 파는 삼치. (필자 제공)
대만에서는 귀한 대접받고 양식까지 연구 중

예전을 돌이켜 보면 일제강점기에 우리 삼치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아 전남 나로도에 삼치파시라는 해상장터가 유명했다. 삼치 덕분에 나로도는 당시 경제적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지금 그곳은 삼치파시의 명맥을 지역수산물 축제로 이어가고 있다.

예전부터 겨울 삼치가 제철이라고 한다. 기름이 오른 겨울 삼치를 먹기 위해 식도락 여행을 가는 분들도 있다. 이제는 기후와 어획량의 변화로 예전의 상식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여름철 삼치 어획량도 늘고 건강상 이유로 오히려 담백한 생선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삼치의 활동량이 많은 요즘은 마트에 가면 한 번쯤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외국에서는 부족해서 양식까지 하려는 생선을 우리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구이, 찜 말고도 튀김으로도 좋다. 초여름 6월에 담백한 삼치로 맛난 여름 시작했으면 좋겠다.

opini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