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영향평가 불이행은 국가적 불명예"…유산청, 서울시 답변 촉구(종합)

'종묘 앞 개발 논란' 속 19일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 간담회
"세계유산영향평가는 보호막이자 나침반"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종묘 앞 세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국가유산청은 "서울시가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반드시 세계유산영향평가(HIA)에 임해주길 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의 도입 배경과 국가유산청의 정책 방향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는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비롯해 이윤정 세계유산정책과장, 김지홍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등 총 6명이 참석했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 주변에서 개발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해당 사업이 유산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세우는 제도를 뜻한다. 김지홍 교수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크게 사전검토, 본격적인 유산영향평가, 검토 및 의사결정 단계로 진행되며, 전체 소요 기간은 약 1년"이라고 설명했다.

허민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개발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세계유산의 가치를 보호하면서 도시 발전과 상생하기 위한 전략적 조율 도구"라면서 "세계 유산을 지키는 '보호막'이자 지역 사회의 발전을 돕는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세운지구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과 재산권 행사가 세계유산 보호와 충돌하지 않도록,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통해 도출된 합리적 대안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허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사업 시행자에게는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장치가, 국민에게는 대체 불가한 역사·문화 자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막이 되고, 서울시에는 전통과 현대가 살아 숨 쉬는 세계적 랜드마크를 구축하여 전 세계인이 누리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민 청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먼저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세계유산영향평가의 법적 절차와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세계유산영향평가 대상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검토 제도'를 도입해 유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확인되면, 평가 대상에서 제외해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겠다고 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종묘 앞 세운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 언론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1.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시와의 논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허 청장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사전조정회의를 거쳤지만, 아직 서울시의 공식 응답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세 번째 회의 일정도 현재로서는 미정인 상태다.

이윤정 세계유산정책과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유네스코의 권고 사항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에서 국가적 불명예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지속해서 거부할 경우의 파장에 대해 김지홍 한양대 교수는 "올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부산에서 열린다"며 "개최국인 한국이 자국 유산에 대한 (유네스코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쌓아온 국가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허 청장은 "서울시에 조속한 답변을 요청하고 있다"며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행사인 만큼, 현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 국제적 지위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세운4구역의 건축물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1.9m로 상향한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고시했다.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경관 훼손 가능성을 이유로 이 결정을 문제 삼았고, 서울시에 영향평가 이행을 촉구한 상태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세운4구역은 명백히 구역 밖에 있어 영향평가를 받아야 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가유산청의 요구에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