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서진 열망 담긴 요충지…대구 팔거산성서 신라 최초 석축양식 확인

"초축 체성, 신라 석축 성벽의 초기 형식 보여주는 첫 사례"

팔거산성 조사구역 전경(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신라 왕경(王京)의 군사요충지 '대구 팔거 산성'에서 신라 최초의 석축 성벽 양식이 확인됐다.

국가유산청은 대구광역시 북구청과 함께 진행 중인 사적 '대구 팔거산성' 3차 발굴조사에서 신라 시대 최초의 석축 성벽 양식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3차 조사는 지난해 9월 시작했다.

대구 팔거산성은 함지산(287m) 정상부에 위치한 테뫼식 산성으로, 2023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신라가 고구려·백제와 각축을 벌이던 5세기 후반, 팔거리현(달구벌)에 쌓은 석축 산성이다. 수도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세운 신라의 국방유적으로, 면적은 5만 370㎡, 성벽 길이는 1137m에 달한다.

팔거산성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2차례의 발굴조사 과정에서 목조 집수지(물을 모아두는 시설), 건물터, 수구(물을 끌어들이거나 흘려보내는 시설), 곡성1 등 여러 성곽시설과 함께 목간과 토기가 출토됐다.

이번 3차 발굴조사에서는 2차 발굴에서 확인된 서문지와 곡성1의 서북쪽으로 길게 이어진 면적 2151㎡ 구간 체성에 대한 조사가 중점적으로 실시됐다. 조사결과, 체성과 곡성 등 석축성 관련 시설이 다수 확인됐다.

오승연 화랑문화유산연구원장은 "체성은 초축과 개축 등 최소 두 차례에 걸쳐 축조됐다"며 "신라시대에 축조한 초축 성벽 상부에 고려시대 개축 성벽이 중복돼 있었으나, 개축 성벽은 대부분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팔거산성 초축체성 상부성벽 내벽 전경. 내벽은 길이 약 55m, 최고 높이 2.4m 규모로 남아 있다.(국가유산청 제공)

초축 체성의 외벽은 '편축식' 하부와 '협축식' 상부로 구분된다. 편축은 성벽의 한쪽 면만 쌓아 올리는 방식이고, 협축은 성벽의 안팎 양쪽 면을 쌓아 그사이를 흙 또는 돌로 채워 넣는 방식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조사에서 하부는 약 40°로 완만하게 경사진 편축식 성벽, 상부는 수직에 가까운 협축식 성벽으로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역사유적정책관은 "편축식 성벽 위에 협축식 성벽을 추가로 쌓은 초축 체성은 신라 석축 성벽의 초기 형식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했다.

체성 외벽 하부와 내벽, 곡성2 등 초축 성벽에서는 석재, 경계부 등 이질적 요소로 구분되는 2.3~2.7m 간격의 세로 구획선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체성 외벽에서만 14개 구획선이 확인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는 성곽 축조에 동원된 집단별로 각 구간을 분업 축조하되 이웃 집단과 경계 부분은 협업했음을 알려주는 분할 축조 흔적이다.

이종훈 정책관은 "5세기 후반은 신라가 세력 확장을 꾀하던 핵심적인 시기"라며 "팔거산성은 조망과 방어, 관찰 기능을 두루 갖춘 거점으로, 신라가 서쪽으로 뻗어나가려는 열망이 담긴 유적"이라고 평가했다.

'대구 팔거산성' 3차 발굴조사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 News1 정수영 기자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