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빠삐용 의자'·'김대중 노벨평화상 메달', 첫 예비문화유산으로

"형성된 지 50년 지나지 않았지만 높은 보존 가치 지녀"

법정스님 빠삐용 의자(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법정 스님의 빠삐용 의자,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메달 등이 첫 예비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 소위원회가 첫 예비문화유산 10건에 대한 선정안을 가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예비문화유산은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 중 장래 등록문화유산으로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을 선정한다. 훼손·멸실을 막고, 지역사회 미래 문화자원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이번 선정안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과 인물, 사건, 이야기가 담긴 중요 유물들이 포함됐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과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특히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0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메달 및 증서(국가유산청 제공)

'법정 스님 빠삐용 의자'는 '무소유'의 저자 법정스님이 1975년 송광사 불일암을 지은 후, 이듬해 땔나무를 이용해 직접 제작하여 수행 시 사용한 의자다. '빠삐용'이라는 명칭은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이 외딴섬에 갇혀 인생을 낭비한 것에 비춰, 이 의자에 앉아 스스로 삶을 되돌아본다는 뜻으로 스님이 지은 것이다.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거릿 치료 및 간병도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두 간호사가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의 치료와 간병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들이다. 열악한 의료 환경과 편견 속에서도 환자의 존엄을 지키며 한센병 퇴치와 인식 개선을 위해 한평생을 헌신한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한열 최루탄 피격 유품(국가유산청 제공)

이 밖에도 성냥개비에 초와 두약(화약)을 찍어 자동 제작하는 기계인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 민주화 운동사의 중요한 상징물인 '이한열 최루탄 피격 유품', '88 서울올림픽 굴렁쇠와 의상 스케치' 등도 이번 목록에 들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가결된 10건에 대해 관보 고시를 거쳐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소록도 마리안느와 마가렛 치료 및 간병도구 (국가유산청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