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경주'서 하나뿐인 조선시대 선박, 600년 만에 들어 올렸다(종합)

10일 '태안 마도해역 수중발굴조사 성과 언론공개회'
조선 선박 선체 인양 처음…고려 선박 자취도 확인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 조사성과 언론공개회에서 발굴 유물들이 공개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올해 4월부터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을 시작해 지난 달 작업을 마쳤다. 2025.11.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태안 마도4호선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특징은 '돛대'입니다. 고려시대까지는 중앙에 돛대가 하나였어요. 마도4호선은 선체 앞부분과 중앙에 두 개의 돛대를 세운 '쌍돛대' 구조입니다. 이 덕분에 항해 속도가 빨라지고, 바람 방향에 따른 조정이 쉬워지죠."

신종국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발굴과장은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조사 성과 언론공개회'에서 마도4호선이 고려시대 선박과 구조적으로 다른 점을 설명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이날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진행된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 작업을 지난달 완료했다고 밝혔다. 마도4호선은 2015년 발견된 조선시대 조운선으로, 역사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세곡 운반선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중 문화유산이다. 발견 당시 길이 12m, 폭 5m의 선체 일부가 수중에 남겨져 있었다. 현재까지 발굴된 고선박은 통일신라 1척, 고려 17척뿐으로, 조선시대 선박 실물 자료를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내에서는 '나주광흥창'(羅州廣興倉)이라 새겨진 목간 63점이 출토됐다. 또 공납용 분청사기 150여 점 중 '내섬'(內贍)이라는 글씨가 확인돼 이 배가 전남 나주에서 세곡과 공물을 싣고 한양 광흥창으로 향하던 중 침몰했음을 보여준다. 선박 잔해에서 발굴된 분청사기는 15세기 전반에 제작됐으며, 선박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1410~1433년)를 토대로 조선 전기인 1420년쯤 침몰한 세곡선으로 밝혀졌다.

마도4호선 인양 전 상태(국가유산청 제공)

연구소는 2015년 마도4호선을 발굴한 뒤 훼손을 막기 위해 다시 바닷속에 매몰해 뒀다. 그러다 올해 발굴 10년 만이자 침몰 600여 년 만에 선체를 인양했다. 민경선 연구관은 "당시 발굴 과정에서 퍼낸 흙으로 다시 덮어 표면이 드러나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했다"며 "바닷속이라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이다, 뭍에 노출된 상태보다 훼손이 적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새로운 고선박의 흔적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음파탐사 중 확인된 이 배는 잠정적으로 '마도5호선'으로 명명됐다.

신종국 과장은 "잠수 조사 결과, 고려 중기인 1150~1175년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자 87점(접시 65점·완 15점·잔 7점), 목제 닻과 밧줄, 볍씨 등을 확인했다"며 "유물 구성을 볼 때 마도 1·2호선과 유사해 곡물과 도자기를 운반하던 선박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도5호선으로 확정되면 태안 마도 해역에서 발굴된 고려 선박 가운데 침몰 시기가 가장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태안 마도 해역 수중발굴 조사성과 언론공개회에서 '나주 광흥창'명목간이 공개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태안 마도 해역에서 올해 4월부터 현존 유일의 조선시대 선박인 마도4호선의 선체 인양을 시작해 지난 달 작업을 마쳤다. 2025.11.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한성욱 민족유산연구원 이사장은 출수 된 청자에 대해 "팽이형 잔과 삿갓형 소완(小椀)이 나왔는데, 고려시대인 12세기에 유행했던 형태"라며 "잡티가 있는 점으로 미루어 왕실이 아닌 중하급 관리층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태안 마도 해역은 '바닷속의 경주'로 불릴 만큼 고대 선박 유적이 집중된 지역이다. 이 해역에서 태안선(12세기 후반), 마도1호선(1208년), 마도2호선(1210년경), 마도3호선(1265∼1268년경)까지 총 4척의 배가 발굴됐다.

신 과장은 "태안 해역은 고려시대부터 조운제도가 시행되고 나서 선박이 자주 침몰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392년(태조 4년)부터 1455년(세조 1년)까지 60여 년에 걸쳐 200척에 달하는 선박이 태안 안흥량에서 침몰했다.

태안 해역(국가유산청 제공)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