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가 카페냐"…'김건희 차담회' 논란에 궁능유적본부장 "송구하다"

[국감현장] 여당 의원들 질타…"사적 이용, 신성한 공간 훼손"
국가유산청장도 "매우 부적절"…"후대 왕도 밖에서 무릎 꿇는 곳"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왼쪽)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정감사 문체위 국회방송 캡처)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이재필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장이 김건희 여사의 '종묘 비공개 차담회' 논란과 관련해 국정감사장에서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본부장은 16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의 종묘 차담회 등 국가유산 사적 이용 의혹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았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묘 관리·사용 허가 권한을 가진 본부장이 지난해 국감 당시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사실을 은폐했다"며 "종묘 차담회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송구하다"고 짧게 답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9월 3일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 인사들과 차담회를 열기 전, 영녕전(보물 제821호) 신실(神室)에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영녕전 신실은 조선 왕과 왕비의 신위가 모셔진 공간으로, 매년 5월 첫째 주 일요일과 11월 첫째 주 토요일 단 이틀만 개방된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반인은 접근조차 어려운 신성한 공간을 김 여사가 수행과 함께 방문했다"며 "종묘가 무슨 카페냐,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이 본부장은 "대통령실의 요청이 있더라도 신중히 판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문화재 보존·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도 "행사 절차를 무시하고, 직원들에게 들기름으로 바닥 청소를 지시하고,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며 CCTV까지 중단시켰다"며 "특혜·불법의 종합 선물세트"라고 비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6/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에 대해 "저도 그렇게 판단한다"며 "후대의 왕도 밖에서 무릎을 꿇는 신실을 개방한 것은 가장 부적절하고 나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임 의원이 "국가유산청장으로서 국민과 후손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허 청장은 "사과드리겠다"고 답했다.

김교홍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국가유산은 국민 모두의 자산이며 후대에 물려줄 소중한 가치"라며 "국가유산청은 원칙을 지키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s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