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국중박 분장대회'가 반가운 진짜 이유
- 정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지난 27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2025 국중박 분장대회' 시상식은 흥겨운 축제의 장이었다. '경주 황오동 금귀걸이', '고려청자' 등으로 변신한 10개 팀의 무대를 '직관'하러 6000명이 몰려들었다. 각양각색 도구로 우리 유물을 재현한 참가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관객들은 환호를 쏟아냈다. 이날 박물관은 그야말로 '문화 놀이터'였다.
이번 대회의 성황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속에 높아진 박물관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인기는 숫자가 증명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관람객은 432만 명. 전년 동기보다 77.5% 늘었다. 올 상반기 '뮷즈' 매출도 전년 대비 34% 증가해 역대 최대인 115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호응이 눈에 띈다. 유홍준 관장은 "국중박에는 루브르나 대영박물관이 따라올 수 없는 자랑이 있다"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는 사실이 세계 박물관 관계자들의 큰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했다. 해외 주요 박물관은 관광객이나 노년층 관람객이 많다는 게 유 관장의 설명이다. 실제 이번 분장대회에서도 대학생과 MZ세대 직장인들이 다수 참여했고, 관람객도 젊은 층이 중심이었다.
이 같은 인기가 일시적 현상이라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케데헌' 낙수효과", "한국인의 냄비근성이 작용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또 전시는 건너뛰고 뮷즈샵만 찾는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방문객 수는 늘었지만, 그만큼 진지한 관람으로 이어지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발걸음' 자체다. 박물관 마당만 밟던 발걸음이 어느 순간 1층 '경천사 십층석탑' 앞에 멈춰 서고, 두 점의 반가사유상이 나란히 놓인 '사유의 방'으로 향할 수 있다. '케데헌'의 매기 강 감독처럼 백자 달항아리를 마주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나브로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지 않을까.
신현림 시인은 '시간창고로 가는 길'에서 이렇게 썼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한 첫 발길, 우리 문화가 세계적인 것이 되기 위한 첫 발길도 이곳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시인이 말하는 '이곳'은 박물관이다. 나의 뿌리와 정체성을 발견하고 우리 문화에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자리. '국중박 분장대회'는 그 '첫 발길'이 됐다. 이 대회가 반가운 진짜 이유다.
j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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