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라' '꾀송꾀송' '네롱내롱'…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국립한글박물관, 우리말 아름다움 느낄 수 있는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소설 속 한글’ 특별전
- 박창욱 기자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꽃보라' '꾀송꾀송' '네롱내롱하다'...
우리 소설에 나오는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꽃보라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데, 바람에 날려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많은 꽃잎을 이르는 말이다. 홍명희의 '임거정'에 나오는 꾀송꾀송은 달콤한 말로 남을 꾀는 모양새를 의미한다. 네롱내롱하다는 서로 너나 하면서 터놓고 지낸다는 말인데 채만식의 '태평천하'에 나오는 단어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문영호)이 소설 속 등장하는 아름다운 한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한글박물관은 오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소설 속 한글의 맛과 느낌을 찾고자 특별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소설 속 한글’을 연다.
근현대 한국 소설 속 우리말과 글의 변화와 소설가·교정자 등 창작의 고뇌를 소개하는 영상·미디어아트 등 전시자료 197건 336점이 관객들과 만난다. 최근 소설 독자의 감소, 표절 논란 등으로 문학계가 어렵지만 소설가들의 끊임없는 고뇌 속에서 탄생하는 문장들은 한글의 가치와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를 맡은 이건욱 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20일 서울 용산구 한글박물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내기 위한 소설가들의 노력을 이해하고, 그들이 만들어내고 지켜낸 우리글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와 같은 형태를 '라키비움'이라고 한다"며 "'라이브러리+아카이브+뮤지엄'을 합친 말로 구체화되지 않은 것을 전시하는 것을 말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학예연구사는 "우리글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싶은 성인들 뿐 아니라 논술 실력을 키우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전시"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전시물이 소설책이 아니라 소설 속 문장이 주요 전시물이라는 점이다. 근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소설을 선정해 문장에 담긴 우리글의 맛과 특성을 보여준다.
사랑과 여름 등을 묘사한 문장, 소설의 첫 문장들 모음, 원전 한권을 두고 다양하게 번역된 문장 등 수많은 문장들로 뒤덮인 전시장은 ‘문장의 숲’을 연상케 한다. 아울러 소설 '아리랑'을 쓰면서 조정래 작가가 사용한 단 하나의 펜, 기계라고는 자전거 밖에 몰라 연필로만 글을 쓴다는 김훈 작가의 몽당연필 등 소설가의 물건들도 소개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소설가 윤후명은 “지금은 이미지가 메시지를 선행하는 세상”이라며 " 이야기가 중심이던 소설이 문장 중심의 소설로 바뀌면서 올바른 우리글 사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또 소설가 김훈은 “한글이라는 것은 우리의 피돌기와 같은 것”라며 "한국인이 무엇에 관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머릿속에 한글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쓰기는 ‘아홉 번 찌고, 아홉 번 말리는' 구증구포(九蒸九曝)’의 과정으로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한다. 소설가 김중혁은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는 자신의 글쓰기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촬영했다. 소설가 김애란도 수차례 고쳐 쓴 파일을 전시에 소개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글쓰기의 고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와 함께 소설가 배상민은 전시장에 조성된 집필 공간에서 ‘여름’을 주제로 현장에서 직접 소설 을 쓰고, 문장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모습을 퍼포먼스로 보여준다.
이밖에도 이번 전시에서는 소설가들에게 감동을 준 500여 권의 소설을 편안한 의자에서 읽을 수 있도록 꾸몄다. 자신이 보관하는 책을 공유하고 싶은 관객이 서가에 직접 책을 가져다 놓아도 된다. 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소설 읽어주기, 한 글의 다양한 면모를 실험하는 ‘잠재문학실험실’의 소설 쓰기 체험, 소설 속 음악과 영화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관람객들의 눈과 귀를 기다린다.
한글박물관은 여름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이번 전시에서 소설 속 주옥같은 문장을 음미하며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삶 속 느긋함도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료. 전시 문의 (02)2124-6331.
다음은 전시장 내부의 모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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