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여섯, 이 나이에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야 맛인가요?"

66년의 삶을 일상어로 풀다…열다섯의 상실부터 손녀의 딸기까지
[신간] '제법 쓸 만한 인생'

[신간] '제법 쓸 만한 인생'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제법 쓸 만한 인생'은 예순여섯살 윤혜연의 첫 산문집이다. 예순셋에 인스타그램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예순여섯에 펴낸 이 책에 가족과 일상, 상실과 후회의 시간을 담았다.

저자는 삶이 화려한 성공담이어야 한다는 기준부터 비껴선다. 울퉁불퉁했던 시간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 시간을 견뎌낸 평범한 일상에 시선을 둔다.

낡은 사택에서 시작한 신혼살림과 맞벌이, 육아,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이야기의 바탕이다. 실수와 후회, 용기와 생활의 순간들이 저자의 구어체 문장으로 이어진다.

가족의 시간에서 길어 올린 인생 서사

책은 머리말 '이 나이에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야 맛인가요'로 문을 연다. 저자는 66년 넘는 세월 동안 마음속에 묻어 둔 가족과 친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제목의 '제법 쓸 만한' 데는 완성이나 성취의 기준으로 삶을 재단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담겼다. 누군가의 삶을 읽다가 자기 어머니를 떠올리거나 안부 전화를 들게 된다면 충분하다는 말도 머리말에 적었다.

'자식 울타리'에서는 부모가 자식의 울타리라는 통념을 뒤집는다. 저자에게는 두 자식이 오히려 삶을 버티게 한 울타리였고, 그 시선은 가족 관계를 일방적인 보살핌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왕비 대접'의 손녀와 딸기 이야기는 세대 사이의 돌봄을 작은 식탁 장면으로 옮긴다. 손녀가 예쁜 과일을 고르는 모습을 본 화자는 다음번에는 손녀에게 더 좋은 과일을 담아 주겠다고 생각한다.

[신간] '제법 쓸 만한 인생'
4부로 나눈 일상의 장면들

책은 모두 4부로 짜였다. 1부 '비록 화려한 소설 같은 인생은 아니었지만'부터 4부 '세 개뿐인 내 재주가 일곱 개 운에 업혀'까지 삶의 시간을 여러 장면으로 나눴다.

1부에는 '파평 윤씨네 딸들', '제주 올레 14길', '큰외삼촌의 약속' 등이 실렸다. 가족 안에서 생긴 기억과 관계의 흔적을 제목마다 다른 사연으로 풀어낸다.

2부는 '반환점을 돌아보니 인생은 소설보다 에세이'라는 이름 아래 '야끼만두 사건', '장화 신고 지렁이 찾던 날', '엄마 음식 타령' 등을 묶었다. 생활의 소소한 사건을 지나온 시간의 일부로 삼는다.

3부와 4부에는 예순여섯에 새로 보이는 풍경, 노후의 친구, 시댁 식구, 가사 실습 같은 소재가 자리한다. '기쁜 나의 장례식',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 '장남에게 시집가지 마세요'처럼 삶과 죽음, 가족을 마주한 제목도 이어진다.

상실 이후 시작한 글쓰기

저자는 열다섯에 아버지를 잃고 3년 뒤 어머니와도 이별했다. 파평 윤씨 5남매 중 둘째로 자란 그에게 남겨진 삶을 원문은 비포장도로에 비유한다.

그는 '리앤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에 글을 쓰며 독자와 만났다. 이후 브런치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번 책은 그 글쓰기에서 출발한 첫 단행본이다.

'시댁 식구 4인방'에는 힘든 때 손을 잡아 주는 몇 사람의 존재가 삶을 버티게 한다는 문장이 나온다. 가족 밖의 관계까지 삶의 중요한 기반으로 바라보는 대목이다.

'가사 실습'은 가정 안의 폭력에 맞서는 태도를 거친 말투로 드러낸다. 웃음과 서러움, 생활의 긴장이 한 사람의 기억 안에서 함께 놓이는 방식이다.

책은 세대별 독자를 나누기보다 각자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장면들을 엮는다. 성취의 크기보다 살아낸 시간 자체를 바라보는 질문이 마지막까지 남는다.

△ 제법 쓸 만한 인생/ 윤혜연 지음

[신간] '제법 쓸 만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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