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모임·단일 창구·지원회의…통합돌봄 7년간의 작동 방식을 톺아보다
[신간] '통합돌봄의 길을 내다'
-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통합돌봄의 길을 내다'는 전국 통합돌봄 제도 시행으로 이어진 7년의 현장 실험을 따라가며 보건의료와 사회서비스 사이의 틈을 짚는다. 장숙랑은 광주 서구와 충북 진천, 경기 부천, 충남 청양의 사례를 엮어 실무자들이 매뉴얼 없는 길에서 주민 중심의 돌봄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보여준다.
통합돌봄은 제도만 갖춘다고 저절로 움직이지 않는다. 돌봄이 필요한 한 사람의 삶을 중심에 두고 흩어진 자원을 연결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건의료와 복지 체계가 서로 다른 제도와 언어로 나뉘어 있었다. 저자들은 그 틈을 메운 과정 자체를 기록의 핵심에 놓는다.
현장 배경은 넉넉하지 않았다. 광주 서구와 충북 진천, 경기 부천, 충남 청양 등 지역마다 여건은 달랐고 자원도 부족했지만 실무자들은 주민의 삶을 기준으로 접점을 찾았다. 대단한 성공담보다 시행착오와 한계, 부딪힘을 먼저 드러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책의 앞부분은 지역사회가 돌봄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온 마을이 우리 엄마를 돌봐준다고요?' 같은 질문과 다섯 개의 목소리, 지방자치단체가 그린 돌봄 설계도를 통해 통합돌봄이 행정사업을 넘어 생활의 문제라는 점을 붙든다. 이어 작은 돌봄 주민 모임과 주민 참여 사례를 통해 돌봄의 주체를 행정기관 바깥으로 넓힌다.
중반부는 보건과 복지가 선을 넘는 과정을 세부 장면으로 쪼개 보여준다. 퇴원 뒤 집으로 가는 길, 사회복지사와 간호사의 협업, 보건소의 낯선 실험, 보건·복지 단일 창구 같은 장면은 제도 통합이 실제 업무 흐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보여주는 축이다. 통합지원회의와 팀워크, 자원 조정 문제도 이 대목에서 함께 다룬다.
돌봄을 작동시키는 힘을 사람에게서 찾는 시선도 또렷하다. 개인의 역량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인력 구조, 갈등과 교체, 경쟁과 번아웃을 따로 다루며 제도 설계와 현장 인력이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을 짚는다. 주민의 존엄한 삶과 죽음을 지키는 일은 결국 관계를 조율하고 책임을 나누는 사람의 몫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마지막 장은 제도 시행 이후에도 남는 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데이터 통합과 AI 사례 관리, 수요자 중심 정보시스템, 성과지표 같은 항목을 꺼내며 통합돌봄이 속도전보다 방향 설정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어 1단, 과속 금지'라는 장 제목도 제도 안착의 속도와 순서를 함께 묻는 표현으로 읽힌다.
2026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전국 통합돌봄 시대가 본격화한 시점에 이 책이 겨누는 대상은 분명하다. 책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보건의료·복지 실무자, 정책 연구자가 제도 문구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현장의 작동 원리를 살필 수 있도록 돕는다.
△ '통합돌봄의 길을 내다'/ 장숙랑·유애정·윤종성·이재철·박영근·한진희 지음/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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