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이력서'부터 '2인칭 감각'까지…인지적 독립을 꿈꾸다, 업스케일링 사고법

[신간] '업스케일링 사고법'

'업스케일링 사고법'은 인공지능이 답을 대신 내놓는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사고의 해상도와 인지적 독립을 정면으로 묻는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업스케일링 사고법'은 인공지능이 답을 대신 내놓는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사고의 해상도와 인지적 독립을 정면으로 묻는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사인 저자는 뇌과학과 인지과학,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체성·학습·일·인간다움을 4부에 걸쳐 다시 설계하는 방법을 짚는다.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환경에서 책이 붙드는 문제는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의 화질을 높이는 일이다. 저자는 '업스케일링'을 영상 해상도를 끌어올리는 기술 용어에서 가져와 인간의 판단력과 감각, 맥락 읽기 능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옮겨온다.

책은 빠른 정답에 기대는 생활이 어떤 식으로 자아를 납작하게 만드는지부터 추적한다. 검색 기록과 클릭 패턴으로 데이터화되는 자아, 추천 알고리즘이 대신 고르는 취향, 효율만 좇는 일상이 모두 사고의 해상도를 떨어뜨리는 장면으로 놓인다.

"정체성이란 고정된 성격이 아니라 반복된 연결의 결과값이다"(28~29쪽) 1부는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문제로 들어간다. 반복된 경험이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감각을 만든다는 설명과 함께 익숙한 경로를 벗어날 때 새로운 연결이 생긴다고 짚고, 디지털 공간에서의 자아와 '거꾸로 이력서' 같은 장치를 통해 주도권 회복을 말한다.

"공부의 본질은 실뜨기에 가깝다"(107~108쪽) 2부는 배움의 방식을 고쳐 잡는다. 경이로움의 순간을 뜻하는 '타우마제인'에서 출발해 암기보다 설명과 상호작용이 배움을 깊게 만든다고 보고, 정보 사이 관계를 그려 이해를 선명하게 만드는 과정을 지식의 업스케일링으로 제시한다.

집중력과 문해력의 문제도 같은 축에서 다룬다. 책은 디지털 자극 속에서 잃어버린 '2인칭 감각'을 복원해야 한다고 보고, 정보 해독을 넘어 상대의 의도와 감정을 읽는 힘이 집중과 이해의 바탕이라고 본다.

3부는 일의 감각을 다룬다. 정의를 공유하는 소통, 리더십 디커플링, 협업의 역설 같은 주제를 따라가며 억울함과 불일치를 대화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이 함께 일하는 기술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4부는 불안, 의미, 돌봄, 윤리, 겸손으로 시선을 넓힌다. 생성형 AI를 자주 쓰는 성인이 중등도 이상 우울 증상을 겪을 확률이 약 29퍼센트 높다는 연구를 끌어와 의미의 상실을 짚고, 변화가 빠를수록 필요한 능력으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는 인지적 겸손을 놓는다.

박영민은 교육공학 박사이자 카이스트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학습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디지털·인공지능 리터러시 강연도 이어왔다.

책은 AI를 둘러싼 공포나 낙관보다 인간이 무엇을 잃고 무엇을 붙들어야 하는지에 더 집중한다.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궤도를 수정하는 힘이 왜 필요한지, 그 힘을 일상에서 어떻게 훈련할지 끝까지 묻는다.

△ 업스케일링 사고법/ 박영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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