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 유지 교수 "日 강경 우파의 뿌리는 거짓 신화와 역사 왜곡" [책과 사람]

'극우의 신화 일본' 출간 호사카 유지 교수 인터뷰
"식민지 지배의 본질은 내부 분열 획책과 기만"

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낸 여러 저자 및 관계자를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일본 강경 우파의 본질과 그 뿌리를 파헤친 '극우의 신화 일본' 펴낸 호사카 유지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 정책학과 특임교수.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독도와 한일 관계 역사 연구의 권위자인 호사카 유지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 정책학과 특임교수가 신작 '극우의 신화 일본'을 통해 일본 강경우파의 사상적 뿌리를 정조준했다.

이번 책은 단순한 현대 정치 분석을 넘어, 일본 우경화의 근원이 고대 신화와 일왕제의 결합에 있음을 추적한다.

호사카 교수를 만나 그가 왜 지금 일본 우파의 '사상적 기원'을 파헤치려 했는지, 그리고 한일 관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들어봤다.

-이번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해 말 다카이치 사나에의 부상과 일본 국회에서의 '대만 유사시' 발언 등을 보면서 동아시아에 불어닥칠 긴장감을 직감했다. 일본 우익들은 아베 신조의 부활을 언급하며 강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일본 강경 보수 세력에 관심을 두고 연구해 온 학자로서, 이들의 사상적 뿌리를 근원부터 명확히 정리해 대중에게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독자들은 보통 일본의 우경화를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의 현대적 현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그 뿌리가 고대 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지적했는데.

▶일본 강경 보수의 핵심은 '국체'(國體·코쿠타이)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는 신화 세계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단절 없이 이어져 온 일왕 체제를 지키자는 사상이다. 독일의 나치 체제는 패전 후 완벽히 단절된 반면, 일본은 그렇지 못했다. 본질적으로 고대 일왕제라는 신화적 과거로 회귀하려는 속성이 남아 있으며, 강경 우파들은 이를 정권 강화의 도구로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건국 신화는 존재한다. 한국의 단군신화나 서양의 그리스신화와 비교해 일본의 신화가 가지는 독특함은 무엇인가.

▶한국의 단군신화는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일 뿐 현대 정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러나 일본은 신화와 현실 정치가 직접 연결되어 있다. 일왕 자체가 신의 후손으로 여겨지며, 과거 메이지 유신 때도 국가의 정체성을 고대 신도(神道) 국가에서 찾았다. 기독교나 불교 국가와 달리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신도 국가'라는 특수성이 실제 행정과 군사, 정치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책에서 8세기 초 덴무 일왕이 역사서를 왜곡하며 자신을 신격화했다고 서술했다. 그 구체적인 배경은 무엇인가.

▶역사적으로 세조가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했듯이, 덴무 일왕 역시 정당한 계승자가 아니었기에 극심한 비판에 시달렸다. 자신의 찬탈 행위라는 죄를 덮고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를 신격화하는 정교한 작업을 단행했다. 국가 역사서를 왜곡하고 전국적인 신사·신궁 체제를 구축해 자신을 신격화했는데, 이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종교 체제가 오늘날까지 일본 사회의 기저에 고스란히 살아남은 것이다.

극우의 신화 일본 (책이라는신화 제공)

-오랜 역사 속에서 막부 체제 등 무사들이 실권을 잡았을 때도 왜 일왕 체제는 붕괴하지 않고 유지됐는가.

▶최초의 무사 집단인 겐지(源氏)와 헤이시(平氏) 자체가 일왕의 혈통에서 갈라져 나온 세력이었다. 따라서 무사 정권 역시 일왕이라는 정통성을 완전히 부정하거나 죽일 수 없었다. 일왕을 부정하려고 한 오다 노부나가는 암살됐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무사정권의 최고 권력자들은 일왕의 지위를 인정하며 자신들까지 신격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신의 힘을 빌려 나라를 다스리는 구조가 메이지 유신을 거쳐 근대 국가로까지 그대로 이식된 셈이다.

-구한말 조선이 일본에 병탄되는 과정에서 전면적인 전쟁이 없었던 탓에 너무 쉽게 국권을 넘겨줬다는 인식도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 시작은 동학농민전쟁 당시 일본군이 개입해 농민군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조선 왕조를 장악한 시점부터다. 이후 일본은 을사늑약과 내부 친일파 양성을 통해 한국 사회를 철저히 분열시키는 공작을 폈다. 영국이 식민지를 지배할 때 쓰던 '분할 통치'(Divide and Rule) 기법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결국 전쟁이라는 형태를 취하지 않고도 친일 단체인 일진회 등을 이용해 내부 붕괴를 유도하며 병합으로 이끌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이 강요한 신사참배의 본질은 무엇이었는가.

▶일본은 대외적으로 신교의 자유를 인정한다고 선전했다. 기독교나 불교를 믿는 것을 막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완벽한 국교(신도) 강요였다. 당시 한국 종교계의 다수가 타협해 신사참배를 이행했고, 거부한 이들은 투옥됐다. 해방 이후 이 청산되지 못한 친일 사상적 잔재가 한국의 보수적 종교계 일각의 친일적 성향과도 닿아 있다.

-일본의 역사 왜곡과 신화적 정치에 이성이 발달한 일본 학계 내부에서도 자정 목소리가 나오는데, 왜 이것이 대중적으로 확산하지 못하는가.

▶일본 학계에도 뛰어난 학자들이 많고, 아마테라스가 만들어진 신이라거나 덴무 일왕 시기의 역사 왜곡을 증명한 훌륭한 연구 논문들이 존재한다. 문제는 이 논문들이 학계 내부에서만 소비될 뿐 일반 대중에게 확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장기 집권한 자민당 정권의 교과서 검정 제도와 역사 교육 억제 정책이 대중의 눈과 귀를 가렸고, 지식인들 역시 우익 세력의 조직적인 공격을 우려한 나머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책을 낸 이후나 평소 연구 활동 중 일본 내부에서 공격을 받거나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는가.

▶일본어로 독도 관련 저서나 위안부 문제, 신친일파에 관한 책을 일본 현지에서 직접 출간하기도 했다. 일본 우익 세력의 반발이나 공격 우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제시하는 근거들은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라 철저히 일본 학계의 기존 성과와 역사적 문헌 자료에 기반을 두고 있다. 팩트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분석을 제시하기 때문에 그들도 함부로 공격하기 어렵다.

-이 책을 읽을 한국의 독자들과 양국 관계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한일 양국이 진정으로 바람직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가까운 이웃 나라니까 서로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 일본은 자국의 역사와 뿌리 깊은 문화를 정치에 철저히 활용하는 매우 이질적이고 특수한 나라다. 경계할 것은 경계하고, 냉철하게 직시해야 오해와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상대를 정확히 들여다보는 일은 결국 우리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지키는 길이다.

acene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