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이 좋다고 너는 말한다"…시인 20명이 건너온 계절

[신간]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

[신간]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은 아침달 시집 1번부터 55번 사이에서 여름의 정취가 선명한 시를 골라 한 계절의 흐름으로 다시 엮었다. 김소연을 비롯한 시인 스무 명은 시집의 기존 맥락을 덜어낸 자리에서 뜨겁고 투명한 여름과 그 뒤편의 사랑을 함께 건넌다.

이 책의 출발점은 한 계절만 남겼을 때 시들이 어떻게 다시 읽히는지에 있다. 아침달 시집 1번부터 55번 가운데 총 22권에서 고른 작품을 새 배열로 묶어, 한 권의 선집 안에서 여름이 시작되고 무르익고 느슨해지는 흐름을 따라가게 한다.

기존 선집(앤솔러지)가 새 작품을 더해 주제를 확장하는 방식이라면 이 책은 이미 발표된 시를 다시 배치해 계절의 결을 앞세운다. 독자는 개별 시집에서 먼저 만났던 작품을 이전 맥락에서 떼어내 읽으며, 하나의 여름 안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이어 붙는 장면을 만난다.

제목은 김영미의 시 '장미의 방식' 첫 구절에서 가져왔다. 만물이 한창 생동하는 계절을 말하면서도 사랑이 가장 팽팽한 순간만이 아니라 헐거워지는 순간까지 함께 바라보겠다는 뜻이 여기에 실린다.

책은 3부로 나뉜다. 1부는 '파수'와 '자립', '히치하이커', '랑헨에서' 등을 지나며 여름 초입의 기척과 이동, 불안, 설렘을 포개고, 2부는 '바깥 산책', '유월', '비의 공습', '유기묘' 같은 작품으로 열기와 장마, 상처를 더 가까이 끌어온다.

3부에 들어서면 '양산 굿즈', '빛 헤엄', '얼굴', '세계의 끝' 등이 계절의 후반부를 채운다. 한여름의 색채와 움직임은 여기서 더 짙어지지만, 끝내는 사랑의 끝과 홀로 남는 감각까지 밀어 올리며 여름을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통과의 시간으로 바꿔 놓는다.

본문에는 시 전문만 싣고, 뒤쪽에 '여름을 함께한 시인들'과 '색인'을 붙였다. 시가 어느 시집에서 왔는지 따로 확인할 수 있게 하면서도 읽는 동안에는 출처보다 계절의 흐름이 먼저 보이게 한 구성이다.

참여 시인층도 넓다. 김소연, 김언, 심보선, 오은, 이영주, 장이지 등 익숙한 이름과 함께 숙희, 연정모, 윤초롬, 이새해, 한연희 등 비교적 최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들까지 한 권에 모였다.

△ '포옹이 풀어지는 계절'/ 김소연 외 지음/ 112쪽

art@news1.kr